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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가(思鄕歌)
경주신문 기자 / 1413호입력 : 2019년 11월 07일(목)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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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가(思鄕歌)



                                                        박목월



밤차를 타면
아침에 내린다.
아아 경주역.

이처럼
막막한 지역에서
하룻밤을 가면
그 안존하고 잔잔한
영혼의 나라에 이르는 것을.

천년을
한가락 미소로 풀어버리고
이슬 자욱한 풀밭으로
맨발로 다니는
그 나라
백성. 고향 사람들.

땅 위와 땅 아래를 분간하지 않고
연꽃하늘 햇살 속에
그렁저렁 사는
그들의 항렬을, 성(姓)받이를.

이제라도
갈까 보다.
무거운 머리를
차창에 기대이고
이승과
저승의 강을 건너듯
하룻밤
새까만 밤을 달릴까 보다.

무슨 소리를.
발에는 족가(足枷).
손에는 쇠고랑이.
귀양 온 영혼의
무서운 형벌을.

이 자리에 앉아서
돌로 화하는
돌결마다
구릿빛 시뻘건 그 무늬를.



-마음 속에 존재하는 두 개의 고향
↑↑ 손진은 시인
박목월에게 고향 경주는 어떤 곳인가? “밤차를 타면/아침에 내”리는 곳(1연), “막막한 지역” 건너편, 다다르고 싶은 “영혼의 나라”(2연)이다. “천년을/한가락 미소로 풀어버리고”(3연), “땅 위와 땅 아래를 분간하지 않고 그렁저렁 성받이가 살고 있는 곳”(4연)이다. 천년 고도로, 무수한 산 자와 죽은 자가 땅 위와 땅 아래를 분간하지 않고 사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화자는 왜 “이승과/저승의 강”(5연)이라는 공간적 거리를 넘을 수 없으리라는 체념에 잠기는 걸까? 여기에 이 시의 문제의식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시인이 고향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적인 고향과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본향 말이다. 하룻밤 사이에 도달하는 경주라는 지역은 비근한 현실적인 고향에 불과한 것이고, 생명의 근원인 본향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강기슭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을 “귀양 혼 영혼”(6연)으로, “발에는 족가, 손에는 쇠고랑”을 찬 사람이라 명명한다. 이는 가장과 직업인으로서의 의무를 넘어선다. 7연의 “구릿빛 시뻘건 무늬”는 그래서 영원한 고향을 그리는 그리움의 무늬이다. 그것은 스스로 고향을 부정하는 심리적 기제가 아니라, 끝내 고향에 닿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발원한다. 결국 이 시의 근저에는 이상적 고향은 경주에 직접 가더라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래서 시인은 『박목월자선집4』(삼중당, 1974, 24-25쪽)에서 고향을 “마음의 안식을 갈구하는 그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본향(本鄕)을 동경하는 우리의 사모와 동경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했나 보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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