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들
박남희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딸내미가 하는 말 아빠, 내 방에 바퀴가 있어 바퀴 좀 제발 없애줘, 무서워 안 그러면 벌레의 방을 나와 함께 폭파시켜줘
너무 과장된 딸내미의 호들갑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바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뭘까 내 머리에서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바퀴가 있는 것은 자동차 없는 것은 벌레일까, 아니면 바퀴가 있는 벌레가 바퀴벌레일까
이 세상에 바퀴벌레가 저렇듯 많은 것은 너무 많은 자동차 때문인지도 모른다 신이 보면 자동차야말로 바퀴벌레가 아닌가
잘 죽지도 않고 수요가 자꾸만 늘어나는 바퀴벌레들을 보며 신은 얼마나 끔찍해하실까
창문을 여니 환한 햇살 따라 하늘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빠, 저 길거리에 널려있는 바퀴들 제발 좀 없애줘
-두 종류의 바퀴벌레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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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진은 시인 |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바퀴벌레의 역사는 인류의 시작과 같이한다. 열기와 습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자라는 것이 바퀴벌레다. 공격을 당해도 내장을 끌면서 알집을 매달고 굴러가며 번식하고, 환경재앙에도 더 왕성하게 몸집을 불린다. 대륙으로 이동하면서까지 자란다 하니 그 번식력은 가히 놀랍지 아니한가? 그런데 이 시에서는 그 ‘바퀴’가 급작스레 도로를 가득 채우며 굴러가는 바퀴, 자동차로 확대되며 그 속성이 동일시된다.
“바퀴 좀 제발 없애줘, 무서워” 하는 딸내미의 호들갑에서 출발한 발화는 자동차가 바퀴번식의 주범(“바퀴벌레가 저렇듯 많은 것은/너무 많은 자동차 때문”)이며, 신은 “잘 죽지도 않고/자꾸만 늘어나는 바퀴벌레들을 보며/얼마나 끔찍해하실까”고 반문한다.
그 바퀴벌레(자동차)는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바퀴의 크기도 지위와 계급에 비례한다. 그욕망의 질주가 도로면 도로, 골목이면 골목마다 몸집을 불리며 다니니, 신이 창조한 영토인 지구가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이 시의 끝부분, “아빠, 저 길거리에 널려있는 바퀴들/제발 좀 없애줘”하는 하늘의 목소리는 인류의 생태 재앙의 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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