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언어인 수어는 시각에 기초한 농인만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언어적 소수집단이다. 경주시평생교육사협회(회장 장성애)는 지난 16일 경주시장애인기초교육센터 2층 교육장에서 장애인과 원만한 소통을 위한 수어교실을 개강했다. 협회는 앞으로 장애인 비장애인 19명을 대상으로 8월 18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7시~9시까지(10주간) 운영한다. <사진>
주제는 꿈을 키우는 평생학습 동행하는 평생교육이며 주요내용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는 청각, 언어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수어학습이다.
교육과정은 소리 없는 세상 들어가기의 동영상으로 시작해 농 문화와 얼굴이름, 마임으로 이야기하기, 즐기며 배우는 수어, 시간표현하기, 친구되기, 약속잡기 등으로 진행된다.
정부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들만큼이나 익숙해진 얼굴들이 있다. 발표자 옆에서 마스크도 쓰지 못한 채 수어로 브리핑 내용을 전하는 ‘수어통역사’들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들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숨은 주역이다. 그러나 선별진료소, 코로나 전문병원 등 꼭 필요한 장소에 수어통역사의 배치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어 아쉬운 상황이다.
이날 개강식은 내빈소개와 인사말 등 실제 개강 전까지 박성혜 경주시수어통역센터 팀장의 수어해석이 진행됐으며 앞으로 교육은 신현지 강사가 맡아 운영한다. 수어는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 입 모양, 몸짓 등의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 당연히 마스크를 쓸 경우 손만으로는 언어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가 없기에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어통역사들은 현장에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장성애 협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평생교육자로서 많은 학습자를 만나는 우리가 비전을 펼치기 위해 꿈을 꾸고 나누는 과정에 수어의 세계에서 어려워도 알아나가며 꿈을 보태자”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수어가 정보의 장벽을 너머 또하나의 언어로 자리매김해 기쁨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40대 초반 청각장애를 겪은 경주시수어통역센터 정태윤 센터장은 “한국수어가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시행으로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로 인정됐고 수화 발전과 확산을 위해선 누군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수어교육을 시작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도록 다함께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관심을 갖자”고 당부했다.
또 “수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혹은 편견이 있다. ‘농인이 한글을 보면 되지 왜 굳이 수어를 사용하는 거야?’라는 오해와 편견이 결국 수어통역이 농인의 권리가 아닌 시혜, 농인을 위한 부차적인 도움 정도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외국어라 부르듯이 듣지 못하는 농인에게는 ‘한국어(한글)’는 외국어와 마찬가지다”면서 “농인들이 사회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수어에 대해 강조했다.
경주평생교육사협회와 경주시수어통역센터는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출입 시 발열 체크 및 출입 대장을 작성하고 수강생들에게는 마스크 착용, 손 소독하기, 거리두기 실천 등의 준수사항을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등 생활 방역에 힘쓰면서 운영할 방침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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