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리질리언스를 높이자
경주신문 기자 / 1444호 입력 : 2020년 06월 18일(목)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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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현 공학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혹시 ‘리질리언스’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리질리언스는 공이 다시 튀어 오른다는 뜻의 라틴어인 ‘resilio’에 어원을 둔 말로 충격 후의 회복을 의미한다. 주로 리질리언스는 의료분야에서 사용되었다. 질병과 사고로 수술과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회복되는 정도, 즉 회복력을 표현하는 말로 리질리언스가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리질리언스는 특정 분야를 넘어 사회 전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회복은 복원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사회경제분야에서는 외부 충격을 완화시키고 회복되어 원상태로 돌아가는 능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1997년 우리나라를 덮쳤던 국제통화기금 IMF 외환위기 사태는 기업들의 줄도산과 대량 실직과 같은 경제적 충격을 불러왔다. 하지만 금모으기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쓰기) 운동과 같은 전 국민적인 위기극복 노력으로 마침내 2001년에는 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고 구제금융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충격은 컸지만 경제의 구조적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과 같이 IMF라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극복하고 더욱 단단한 경제체질로 리질리언스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도 리질리언스는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경제 분야에도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여 그 충격의 강도는 IMF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외부의 충격에 대응하여 더 강하고 탄력 있는 리질리언스를 가진 도시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방과 치유 면역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의 도시환경을 외부의 충격에 대응이 용이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사전에 이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도시계획분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강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시의 환기성능을 개선하고 개인의 위생수칙을 지키며 여가생활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 정책 속에서도 시민들은 공원과 숲을 찾아 자연 속 여유를 즐기고 싶어 했다. 이러한 공간들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동이 제한되고 재택 환경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인프라들도 확충되어야 한다.
도시의 물리적 환경 조성다음으로 치유능력 향상도 중요하다. 치유능력은 도시의 물리적인 형태를 복구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 의식과 관련된 것이다. 도시의 치유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건전한 공동체 의식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병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해 발생했던 확진자를 향한 비난과 소모적 논쟁을 거두고,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는 포용의 정신으로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지치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사회적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일각에서는 올 가을 제2의 코로나19 파고가 몰려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무엇이 문제였고, 아쉬운 점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면밀히 평가하고 준비하여 다시 이 같은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야할 것이다.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최고의 항체라는 말처럼 이러한 준비는 공공만의 영역은 아니다. 시민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사회적인 면역력을 키울 때 우리는 감염병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현대도시를 둘러싼 위협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고 그 강도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도시의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는 일은 그에 대비하여 미리 협력태세를 구축하고 우리의 이웃을 보듬어주는 포용의 자세를 가지고 힘을 모으는데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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