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와 숲, 사찰에서 맛보는 ‘산속 고을’ 산내면 여름 풍경
가도가도 산… 숨어있는 산내 명소 찾는다면 에코 힐링 두 배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452호 입력 : 2020년 08월 19일(수)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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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수변공원인 원두숲은 ‘리틀 포레스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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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가장 초록초록한 곳은 어딜까. 바로 산내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산내다. 산내(山內)는 가도 가도 산이다. 문자 그대로 ‘산속 고을’이다.
산내는 경주시에서 약 26km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 200~550m 고지대 산간 지역으로 전체면적 143.03㎢중 임야면적이 전체의 약 83%를 차지하는 곳이다. 낙동강 상류인 동창천이 산내면 중심을 관통하고 운문댐 상류에 위치해 산천어, 꺽지, 피라미, 빙어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지천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고장이기도 하다.
산내로 향하는 길은 짙은 한여름 속으로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깊고 푸른 계곡과 숲에서 만나는 바람은 청량하기 이를데 없었고.
최근 늘어난 강우량으로 계곡 물소리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세찼다. 막바지 절정에 다다른 한여름의 더위는 그 끝을 모르는 듯했으나 여름의 끝을 즐기러 찾아온 이들로 산내 곳곳이 북적이고 있었다. 산내는 오래오래 여름을 기다린 듯 산과 계곡을 찾은 이들에게 한없이 너른 품을 아낌없이 내주고 있었다.
산내는 한 두 군데만 즐기기엔 숨은 명소가 너무 많다. 산내면 계곡에서의 추억과 함께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본다면 산내여행을 더욱 값지게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의곡리 ‘청룡폭포’서부터 외칠리 ‘원두숲 생태공원(일명 반딧불이 숲)’, 대현2리 ‘보광사’, ‘시다 용천’ 등을 따라가며 산내의 숨어있는 명소를 지인과 함께 둘러보았다. 이 길은 각각 그리 멀지 않고 인접해있어 쉽게 들러볼 수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곡에 첨벙 뛰어들어 더위를 식혔다면 고즈넉한 숲과 사찰을 찾아 잠시나마 정적인 평안을 얻어보자. 산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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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내면 동창천 청룡폭포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는 산내면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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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면 의곡리 ‘청룡폭포’...수직으로 급강하하며 내리꽂히는 폭포수 보기만해도 ‘장쾌’ 산내면 의곡리에 위치한 동창천 청룡폭포부터 우리의 길은 시작됐다. 동창천은 경주의 여름철 대표 물놀이 장소 중 한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물이 맑고 넓게 흐르며 공간이 넓어서 이미 이곳은 사람들로 대만원이었다. 쉼터, 오토캠핑장, 펜션 등이 밀집되어있는 동창천에는 높이 76m, 폭4m 규모의 인공폭포가 있다. 여름 성수기엔 하천 뒤의 절벽 꼭대기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와 청량감과 시원함을 더한다. 수직으로 급강하하며 내리꽂히는 폭포수는 보기만해도 장쾌하다.
이 인공폭포는 2008년 준공과 함께 ‘청룡폭포’로 이름 붙여졌다. 산내면민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공폭포를 만들어 줄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산내면 운문댐 상류 찬수덤 꼭대기에서 의곡천으로 떨어지게 한 청룡폭포는 쉽게 만날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데 청룡폭포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는 이제 산내면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성수기에는 수상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주변 상가가 형성돼있고 편의시설도 구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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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 체험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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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면 외칠리 ‘원두숲 생태공원’ 일명 ‘반딧불이 정원’...산내면 중심지 오래된 숲에 생태공원 조성 동창천이 계속 이어지는 외칠리에는 작은 숲이 하나 있다. 리틀 포레스트인 ‘원두숲’이다. 청룡폭포에서 실컷 물놀이를 즐겼다면 바로 지척인 이 숲에 잠시 머물며 깊은 그늘을 만끽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보인다. 원두숲 생태공원은 원님이 관내 순시 때 유숙하던 원집이 있었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외칠리 ‘원두(院頭)’ 마을에 있다.
2013년 준공한 ‘원두숲 반딧불이 정원’은 지역민들에게 쾌적한 자연환경을 조성해 주민 쉼터로 제공하는가하면, 반딧불이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친환경 수변공원으로 면모를 갖춰 1만951㎡부지에 조성된 친환경 생태공원이다.
원두숲은 자연 생태연못, 생태체험관, 산책로, 생태수로, 팔각정, 중심광장, 주차장 등으로 구성돼있고 배롱나무, 소나무, 참나무, 팽나무 등의 수목들과 부처꽃, 원추리, 수커렁, 부들, 수련, 꽃창포 등의 수생식물과 야생화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어 여름날 오후 숲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농수로도 끌어들여 더욱 조화를 이뤘다. 특히 수려한 자태로 우뚝 서 있는 소나무 몇 그루는 이 공원의 얼굴 마담 격이었다.
외칠리에 산다는 한 어르신은 “이 숲 조성은 산내는 청정지역이므로 ‘반딧불이가 돌아오게 하자’라는 취지도 있었어요. 예전엔 이 숲도 계림숲 고목처럼 고목들이 많았지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아직 많이 있지만 어릴 적 우리가 보았던 나무들은 병약해져 없어지기도 했고 새로 심어 자란 나무들이 어느새 이렇게 다시 어우러져 숲이 됐어요. 예전 산내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봄가을로 이 숲으로 사생대회를 하러 왔어요. 또, 오래달리기 시합때 이곳이 반환점이어서 이곳까지 학생들이 달리러 왔었지요(웃음)”
천천히 숲 한 바퀴 돌기에는 그리 길지 않았고 생태 연못을 에워싼 자리에 놓여진 벤취는 연못 주변의 식물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잠시 힐링 사진을 찍기에도 좋았다. 산내면 중심지 오래된 숲에 생태공원이 조성돼 지금까지 그 숲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분좋은 발견이었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원두숲에 대한 연혁이나 설명이 없었다는 것과 반딧불이 생태체험관의 문이 닫혀 있었던 점이다. 아무런 안내표지나 설명이 없어서 더욱 아쉬웠다. 시 환경과에 문의하니 아직 이곳이 활성화가 되지 않아서 자료게시가 미흡하다고 전해왔다. 원두숲에 대한 간단한 안내가 절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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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숲 생태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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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2리 시다마을 ‘보광사’...보명 주지스님의 소박한 성찬으로 EBS 한국기행에 소개돼 더욱 알려져 이제 우리는 동창천을 지나 언양쪽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보광사’라는 절에 가기 위함이었다. 산내골 도예촌을 지나 산내면 끝자락인 언양 석남사로 이어지는 길 못미쳐서 대현리 보건진료소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불국사 성림원’과 나란히 ‘보광사’라는 사찰의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 사찰이 있는 마을은 ‘시다’라는 곳이다.
시다라는 부락명은 대한(大旱)에도 골짜기 물이 마르지 않고 절후에 맞게 농사가 잘되어 힘 들이지 않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하며, 고려유신들이 피난 와서 후사와 평화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해 ‘시다(時多)’라고 불렸다고 한다. 보광사로 가는 길 내내 도로 아래는 기업 하계 휴양지등을 포함해 수십 채의 펜션과 오토캠핑장이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졌다. 골짜기마다 원색의 텐트촌이 즐비했고 가족단위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여름의 마지막 절정을 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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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현2리 시다마을 보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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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성림원 바로 옆이 보광사여서 비교적 찾기 쉬웠다. 고헌산 자락에 위치해있는 이 사찰은 도로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데,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허리춤까지 자라 난 고사리들이 초록으로 넘실대고 매실나무와 수국들 사이로 단아하고도 위엄있는 절이 한 눈에 들어왔다. 보광사의 단청은 화려하지만 품위있고 창호의 문살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30여 년을 가꿔 온 보명 주지스님의 도량에는 갖가지 나무와 화초들이 그득하다. 가람은 깨끗하고 단정했으며 곳곳에 야생화를 심어 철따라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산사의 바로 옆 삼성각으로 오르는 길 아래 작은 계곡을 찾았다. 오후 햇살에 비친 투명한 계곡물에 얼른 발을 담그고 손을 씻었다. 조용하게 노닐던 작은 물고기들은 혼비백산하고는 흩어져버린다. 흐르는 물을 손으로 받아 마시길 수 차례 반복하니 일순간 갈증이 사라진다. 마음 바쁘지 않다면 아니, 마음 바쁘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보광사 뒷산도 천천히 거닐어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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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현2리 시다마을 보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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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사찰 뒷산에 오르면 이 절 주변의 문복산, 백운산, 천마산 등도 어우러져 있는 형국이어서 어느 산의 어느 계곡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지만 청량함 가득한 바람이 실려와 마음까지 후련하게 식혀준다. 특히 유난히 잘생긴 느릅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고 정상으로 더 다가가자 수령 300여 년을 자랑하는 참나무가 당당하고 우람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산사의 들꽃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한 보명 주지스님은 울진 불영사에서 출가한 후 보광사를 창건하고 매실, 고사리, 곤달비 등을 농사짓고 살면서 근행정진 중이다. 한편, 불교방송에서 2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보명스님의 서산대사 선시 강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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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다용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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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 용천’은 한 덩어리로 추정되는 너럭 바위가 절경, 바위 중간으로 물이 빙빙 돌면서 회오리치듯 흘러 ‘용천’ 보광사에서 내려와 시다마을에서 대표적인 계곡인 ‘용천’으로 향했다. 절에서 왼쪽으로 약 5분여 달리면 ‘시다 용천’ 이 나타나는 것. 마을 사람들은 시다마을에 있는 용천이라고 해서 ‘시다 용천’이라 불린다고 한다. 용천은 거의 한 덩어리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너럭 바위가 절경이다. 바위가 큰 만큼 계곡이 깊었고 수심도 깊어보였다.
한 주민은 “저는 대현초등학교 출신인데, 학교에서 이곳 용천까지 소풍을 다니곤 했어요. 이곳은 예부터 산내 계곡 중에서도 너럭바위로 유명한 명소여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어요. 경주에선, 보기 드문 스케일의 계곡 바위랍니다. 바위 중간으로 물이 빙빙 돌면서 회오리치듯 흘러 용천이라 불러요”
너럭 바위 옆의 바위들은 사람이 정확하게 자로 재서 잘랐을 것 같은 바위들이 눈길을 끌었다. 거세게 흐르는 용천의 물소리는 한여름 삼복더위를 탄산수 기포처럼 잘게 쪼개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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