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사회
한국인의 색깔
경주신문 기자 / 1452호입력 : 2020년 08월 19일(수) 11:3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비 내리는 주말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창문 너머 아래를 보다 우연히 주차장에 눈이 가닿는다. 빈자리 없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니 다들 집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가 싶다. 어? 근데 큰 차, 작은 차 할 것 없이 죄다 희거나 검은색뿐이다. 간혹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보이지만 무채색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명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의 자료도 그것을 입증한다. 2년간 거래된 자동차 11만 대를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무채색이었다고 한다. 무려 89%를 차지할 정도로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채색 중에 흰색(24.9%)이 가장 많이 팔렸고, 그 다음이 검은색(20.8%), 은색(19.2%), 회색(13.4%) 순이란다.

호불호가 분명한 젊은 사람들은 다르다고? 아니다. 흰색을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가 오히려 20대라고 한다. 중고차 구매자 중 32.5%가 흰색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30대(26.8%), 50대(22.5%), 40대(22.3%), 60대(22.2%), 70대(20.3%) 순이란다. 세대가 높을수록 흰색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그럼 검은색은 어떨까? 흰색과 완전 반대다. 검은색은 70대의 선호도에서 25%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 60대(22.2%), 50대(21.8%), 40대(20.9%), 30대(20.2%), 20대(18.7%) 순이다. 검은색 차량은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권위나 사회적 신분 등 심리적인 측면이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니 검은색 경차를 본 적은 없다. 흰색 대형차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은색 대형차는 흔히 보이는데 말이다.

내친김에 성별도 따져볼까. 같은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흰색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는 백의민족이 맞나 보다. 여성(26.4%)이 남성(24.5%)보다 흰색 선호도가 조금 높고, 검은색 선호도는 반대로 여성(17.5%)이 남성(21.7%) 보다 낮다.

그럼 빨간색이나 파란색 차는 어떨까. 구매율도 현저히 낮지만, 보통 차량을 장만할 때는 나중에 되팔 것을 미리 고려하기 때문에, 주관적 선호도보다 대중적 선호도를 따르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흰색과 검은색을 선호할까? 백설기를 떠올려 보자. 백일 상에 오르는 백설기는 정결함과 신성함 뿐 아니라 100(百)이란 숫자가 가지는 완성을 상징한다. 그 백일 떡을 백 군데 집과 나누어 먹어야 아기가 무병장수하고 또 큰 복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백일 떡을 받은 집에서는 빈 그릇을 보내지 않고 반드시 흰 무명실이나 흰 쌀을 담아 보내는 풍속이 전해온다. 흰색은 우리 민족과 하나이다.

우리 민족의 흰 옷 사랑은 갓 태어난 아기의 배내옷과 기저귀, 농부들이 입던 일상복, 검박한 선비나 학자의 평상복, 특별한 제사나 의식에서 차려입던 제복, 상복(喪服) 등 다양하게 드러난다. 흰색은 명실상부 백의민족(白衣民族)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이다.

흰색이 아침과 밝음이라면 검은색은 어둠이며 밤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머리에 썼던 검은 빛의 갓, 즉 흑립(黑笠)은 섬세한 올 사이로 햇빛과 바람, 눈과 비를 받아내는 동시에 상투와 망건을 은은히 밖으로 드러내는 투명함을 지니고 있다. 검정의 역할이다. 또한 민간에서는 전복 벙거지, 복건, 신부의 도투락댕기, 제복에 흑색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흰 도포자락과 검은 갓은 서로 어긋난 듯 자연스러운 우리 민족의 뿌리 색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 후손들이라서 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차량 속에서 특정 색상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은 파랑, 빨강 등 원색(10%)보다 회색, 검정 흰색(56%)을 선호한다고 한다. 문화적 특징상 빨강을 선호할 것 같은 중국도 은색, 검정, 회색이 70%를 상회한다고 하니 재미있다. 자동차 강국 유럽의 경우 베이지나 녹색 등도 팔리지만 은색이나 쥐색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는 스크래치 등 차량 관리상의 문제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색된 중고차 시장이 하루 속히 회복되기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경주신문 기자  
- Copyrights ⓒ경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신이슈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최신뉴스
경주서 연휴 사흘간 확진자 13명 추가 발생..  
경주 희망농원 ‘고병원성 AI’ 최종 확인..  
경주서 교회발 감염 9명 등 11명 추가 확진 ..  
기대하지 않았던 시필이 작품이 되다..  
코로나19 위기 적막강산이지만 이겨내자..  
방치된 경주경마장 부지 보존·활용 기대한다..  
지방자치법 제·개정과 주민참여 경주 기대..  
남산에 눈이 내리면 어떤 음악소리가 울릴까..  
그럼에도… 경주역 광장 크리스마스트리가 전하는 희망의 메..  
경주 의병장 김득복과 김득상의 자취를 찾아서..  
오르페오가 뭐길래?..  
북촌을 거닐며 본 성건동의 내일…!!..  
포석정(3)..  
담뱃값으로 자전거 산 오기택 씨..  
경주공무원공상유공자회, 사랑의 마스크 1만장 기부..  
광고・제휴・기사제보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기자윤리실천요강 기자윤리강령 편집규약
제호: 경주방송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계림로 69 (노동동) 2층 / 발행인·편집인 : 이상욱
mail: egbsnews@hanmail.net / Tel: 054-746-0040 / Fax : 054-746-0044 / 청탁방지담당관 이상욱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아00214 / 발행·등록일 : 2012년 04월 09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욱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