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경주·울산·포항의 연계는 어려운가?
경주신문 기자 / 1452호 입력 : 2020년 08월 19일(수)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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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웅 한국관광학회 회장 순천향대 관광학과 교수 | 내 고향 경주에서 성장하던 시절은 대부분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으며 마을마다 동족촌을 이루고 살았었다. 나 역시 대가족에 많은 친척이 모여 살았다. 시나브로 윗세대가 유명을 달리하니, 이젠 낯선 고향이 되었다. 번성하던 형제 사촌과 고향의 핏줄은 다 어디로 갔는가? 대략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를 이성적으로 따져보았다. 멀리는 서울에 또는 서울 언저리에 살고 있고 그 다음은 경주 울산 포항에 주로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촌향도의 일환으로 수도권 집중에 따른 서울 상경도 많았었다. 더불어, 영남의 공업화로 영남인의 인근 지역으로 이주한 한국의 사회적 이동과도 관련성이 높다. 대구·부산에도 더러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성장기인 60년대부터 울산은 공업센터라 하여 산업화에 집중 했었고, 특히 경주사람은 삶과 일자리를 찾아 울산에 많이 이주했었다. 포항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전부터 익숙한 생활권이 자연스런 이동에 한몫 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포항과 울산은 경주와 함께 형산강지구대라는 유사한 지리와 개활 지역을 바탕으로 교통이 발달하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던 동일 생활권이자, 그에 기반한 서로 결혼을 하던 통혼권이기도 했었다. 아마도 신라시대 이전, 인간의 삶의 시작부터였으리라 짐작해본다. 다시, 사적인 예만 들어봐도 내 형님이 경주와 포항을 오가며 공무원 생활을 했으며, 내 둘째 매형은 울산 출신이다.
이를 동일 생활권이라 하고 지역으로 지칭할 때는 실질지역이라 한다. 이렇듯 실질지역 혹은 동일생활권이라는 것의 증거는 사투리와 방언의 액센트가 가장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방언의 토씨와 액센트는 지방마다 다르다. 그 지방은 또 세부지역으로 나뉘어지며 세부지역끼리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동일한 삶의 방식과 교류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그 중에서도 경주 울산 포항의 사투리가 가장 닮았다. 그런데, 이 닮았던 경주 포항 울산이 산업화 이후 현대에 들어와서 형식지역이라 할 수 있는 행정구역에 의해 나뉘어졌다. 당연히 행정집행도 지역 개발전략도 달리하고 있다.
관광은 문화를 보러가는 것이고 생활을 드러내는 일이다. 2016년 경주·포항·울산이 ‘해오름동맹’이라는 주제 하에 테마관광 10선이라 하여, 이러한 실질지역을 묶어 관광과 문화의 시너지 효과와 함께 효율적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관광객을 창출하는 일종의 zoning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테마10선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은 개별 기초단체가 제각각 행하던 비슷한 콘텐츠들을 지역별로 분산하여 테마화 하고 개별지역에서 기술적 혹은 환경상의 이유로 실현하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을 연관된 다른 지역에서 보여주는 등 세 도시의 문화콘텐츠를 적절히 융합하거나 세분화하여 광역화 시킨 것들이다. 그나마 해오름동맹은 좀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 형식적이라 할 수 있는 자치단체 간의 협조가 잘 될 리 없고 연합된 지자체들을 포괄적으로 관리할 조직체가 없는 데다 책임소재도 불분명하여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산업화되기 이전엔 경주가 제일 큰 고을이었던 것이, 이제는 울산은 광역단체가 되었고, 경주와 포항은 하위기초단체가 되었다. 지자체 단위로만 보았을 때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의 자리도 상호 격이 맞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되어서일까? 이제는 울산은 울산대로 각자도생, 산업과 관광을 기획·집행하고 경주와 포항 역시 각자 삶과 여가와 관광을 별도로 그려내며 자기 시의 영역 내에서 토털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계획하는 실정이다. 계획의 중복과 아류 개발이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동질 생활권 내에서 경주·울산·포항이 상호 담당하던 보완적 기능은 이제 더 힘들게 되었다.
물론 옆 동네 아파트조차도 조그만 이해에 반목하고 담장을 더욱 높이 쌓는 시대가 되었다. 위계가 맞지 않은 지자체끼리 협상테이블에 앉으라는 말은 무리일 듯하다. 그래도 이웃사촌이라 했으니 혹여 지리를 맞대는 근접 동네 기초단체끼리라도 자주 내왕하길 바라고 경주가 가진 오랜 역사성을 존중하여 실질 생활권과 문화권이 회복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구촌 시대인 만큼 내 고향의 범주도, 범위도 좀 더 넓어졌으면 한다. 이젠 내 사촌과 조카들이 통혼하여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는 경주·울산·포항이 광역 생활권이 되어 서로 시너지를 내는 실질지역이었으면 한다. 비슷한 사투리와 맛이 있는 경주·울산·포항이 내 고향이었으면 싶다. 관광이 그 역할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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