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만난 사람-복조리아저씨로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 서면 운대2리 김원생 씨
경로당 현판에 동네사람들의 건강 기원하다
윤태희 시민 기자 / 1453호입력 : 2020년 08월 27일(목)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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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생 씨.
“한 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매년 설날 새벽이나 정월 대보름 때 집안에 복조리를 걸어 놓던 풍습.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가 잊혀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만들다 보니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누다보니 지금까지 만듭니다”
김원생(86) 씨는 전국을 다니다 10년전 이곳 서면 운대2리에 정착했다.
↑↑ 회원들과 즐거운 모습
주민들 덕에 살아간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기는 김원생 씨. 복조리는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아무나 만들 수는 없다. 동네에서 나오는 폐가전제품은 1차적으로 김원생 어르신의 마당을 경유하게 된다. 쉬엄쉬엄 세탁기, 선풍기 등을 하나하나 해체 작업 후 가느다란 구리만 뽑아서 사용한다. 폐가전제품에서 뽑아 낸 구리로 만든 복조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복으로 웃음으로 꿈을 꾸는 사람들의 또하나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어렵지만 복조리에 건강과 기도로 한 올 한 올 엮어 만드는 나의 바램만큼 모두가 행복하기를 또한 코로나를 잘 이기고 예전처럼 시끌벅적한 경로당이 되길 바랍니다”며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거듭한다.
↑↑ 김원생 씨와 전명수 운대2리 전명수회장.
-갈대로 만들어 낸 빗자루 “내가 나이를 들다보니 짧은 빗자루보다 자루가 긴 것이 좋고 조금 부드러운 것이 깨끗하게 쓸려 내가 좋으면 남도 좋겠다 싶어 전하게 됐습니다” 흔해빠진 빗자루지만 농촌에는 꼭 필요한 것이 빗자루이고 하루에 한 번은 꼭 드는 시골 마당에는 반드시 있는 빗자루다.
↑↑ 김원생 씨가 만든 빗자루.
먼지나 쓰레기를 쓸어 내는 기구인 비는 가정에서 체벌이 흔하던 과거에 한국에서는 빗자루가 주요한 체벌 도구였던 시절도 있었다. 또한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난다는 내용의 옛 이야기와 동화에 흔히 등장한다. 꺾고 다듬고 찌고 엮어서 만드는 빗자루는 길게는 2~3일, 짧게는 하루에 한 개를 만들지만 나이 들고 허리가 아프다보니 요즈음은 만드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열심히 잘 만들고 건강하라고 동네 주부님들은 식사도 해결하도록 맛있는 음식을 많이 가져다 줘서 덕분에 매일 건강하게 생활한다. 작은 것을 나누다보니 제가 더 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길다란 막대만 보면 다듬고 그을리고 니스를 칠해서 지팡이를 만든다. 동네 분들을 비롯해 전달할 수 있는 곳은 만들어지는 만큼 전하고 있다. 또한 경로당 앞 현판을 제작해 걸며 마을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하고 모두가 화목하기를 빌었다.
↑↑ 김원생 씨가 만든 폐품으로 만든 그의 작품들.
내가 편한 만큼 상대방도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생활도구 만들기. 김 씨는 자격증도 솜씨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활용해주고 복조리와 빗자루를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 “복이 넝쿨째 굴러올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허리가 아파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지만 또 만들 수 있는 힘을 역으로 얻는다”고 말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전국이 힘들다. 그러나 운대2리는 모두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 건강하고 오늘도 복조리에 모두가 건강하길 바라며 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