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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 문이 열렸다
경주신문 기자 / 1463호입력 : 2020년 11월 12일(목)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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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국제향가학회 회장
-저서 : 천년향가의 비밀
-논문 : 신라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의 의미
누구는 말하기를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같다. 향가 연구에 쏟은 것을 모두 열이라 한다면 노력이 아홉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효과로만 본다면 노력이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향가를 접한 이래 시작된 오래된 작업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진도를 나갈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도 우연을 통해 마무리되었다 할 수 있다.

필자는 우연을 통해 “향가에는 노랫말+청언+보언이라는 3가지 그룹의 문자들이 나름의 질서에 따라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3법칙이 신라향가를 해독해 낼 수 있는 결정적 키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4516번가에 적용해 보았다.

첫구절 속 해독되지 않던 6글자 ‘애애 파도파류(乃乃 波都波流)'는 3법칙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6글자가 가진 의미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애(乃)는 ‘노젓는 소리 애’다. 이 문자는 배우들에게 노를 저으라고 지시하는 문자다.
파(波)는 파도. 도(都)는 ‘감탄사’다. 뱃사공들이 높은 파도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류(流)는 ‘떠돌다 류’이다. 배가 파도에 밀려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다는 뜻이다.

보듯이 6글자는 신년시(新年始)라는 노랫말 사이에 한 글자씩 독립해 별도로 끼어있는 낱글자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모두 표의문자였고,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는 글자였다. ^^, ㅠㅠ 등 현대 스마트폰의 이모티콘 기능과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신라향가에서의 보언이 이와 동일했다. 만엽 4516번가에서 풀리지 않던 6글자들은 신라 향가에서의 보언과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엽속에 보언(報言)이 섞여 있다!

이때가 신라향가 제3법칙에 의해 만엽집이 풀린 순간이었다. 계산해보니 1261년전의 일이었다. 지방관으로 파견되어 있던 야카모치(家持)라는 이가 서기 759년 1월 1일 4516번가를 만들었다.

그 날 한 배우가 무대로 나갔다. “새해가 시작되었다(新年始)”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야카모치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다른 배우들도 배가 노를 저어(乃) 나가는 연기를 펼쳤다. 한 해가 시작되었으니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가자는 뜻이었다. 이때 높은 파도(波)가 쳤다. 뱃사공들이 놀래 비명(都)을 질렀다. 배가 이리저리 표류(流)한다. 정신을 차린 뱃사공들이 파도를 헤치고 나가기 위해 힘껏 노를 젓는다(乃).

이것이 첫구절이 묘사하는 무대 위의 장면이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짐작했겠지만 노래와 연기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러기에 현대의 뮤지컬과도 상통한다. 4516번가는 일본의 연구자들에 의해 지금까지 서정시로 주장되어 왔으나, 신라 향가 창작법으로 풀어보니 실체는 서정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라향가가 그러했듯이 뮤지컬 대본의 성격이었다.

무수한 우연의 끝에 필자는 기어이 4516번가라는 오사카성의 정문 앞까지 가 그곳에 설 수 있었다. 자물쇠에 신라향가 창작법이라는 열쇠를 꽂았다.

그러자 4516번가는 돌연 강초산에 들어간 푸른 색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신라향가 1,2,3법칙 모두에 격렬히 반응했다. 창작법은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 것과 같이 만엽집 4516번가를 신라향가라 말하고 있었다.

만엽집은 일본의 오다꾸적이고 헌신적인 연구가들에게도 천년이 넘도록 혼마루를 내주지 않았다. 그 4516번가라는 오사카성의 육중한 정문이 기름칠할 필요도 없이 그만 신라향가 창작법에 무너지듯 열리고 말았다. 오사카 성이 신라향가 창작법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되자 놀란 것은 오히려 필자였다. 놀란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정신을 바로 잡으려 안간 힘을 썼다. 향가를 연구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서너 번의 심장마비 직전 상황을 경험한다. 이번이 그 두 번째 사건이었다.

어찌 만엽집이 향가일 수 있겠는가. 일본국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 누군가가 만엽이 향가라는 주장을 하고 돌아다닌다면 혹시나 하고 경청하기는커녕 발끈 화부터 낼 것이다. 보리수 나무 아래서 조용히 수행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곁에 와 다리의 털을 자꾸 뽑아 댄다면 석가모니께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우스갯말이 있지 않는가. 일본인들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학자들 역시 엉뚱한 일 벌이는 사람이라고 백안시 할 것이다. 남의 탓할 것도 없다. 필자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만엽집이 향가일 리가 없어. 이 작품만 우연히 이렇게 만들어졌을 거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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