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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乃)’…신라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소리
경주신문 기자 / 1414호입력 : 2019년 11월 14일(목)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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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향가연구가
보언에 대한 이해 없이는 향가를 알 수 없다.

향가를 향가답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 보언이다. 이번 편에서도 보언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3회에 걸쳐서 보언을 이야기함은 보언을 알지 못하고 향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향가에 자주 나오는 보언으로 ‘애(乃)’라는 글자가 있다. 지금까지의 향가 연구자들은 이 글자를 ‘서울에, 학교에’ 에서와 같이 ‘에’를 한자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과 달리 향가 작자가 이 글자를 쓴 이유는 ‘노젓는 소리를 내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애(乃)’라는 글자를 찾아보면 모두 16개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 16개 중 맨 끝으로 가야 ‘노젓는 소리 애’ 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처럼 거의 쓰지 않는 글자이지만 ‘노젓는 소리’라는 내용을 향가 작자가 써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애(乃)’라는 글자는 신라향가와 고려향가에 모두 6번이나 나온다. 25편에 불과한 향가에서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중 5번이 ‘노젓는 소리’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음이 확인된다.

‘노젓는 소리’를 향가에 써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신라인의 내세관과 연결이 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이 죽고 나면 그의 영혼이 배를 타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 저승으로 간다고 믿었다. ‘노젓는 소리’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리고 갈 때 배를 모는 뱃사공이 내던 소리였던 것이다. ‘(乃)’ 는 글자는 향가 작자가 향가를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어기영차’ 노젓는 소리를 내라고 지시하는 보언이었다.

죽은 자의 영혼이 배를 타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종교를 넘나들어야 했고, 그리스 신화까지를 알아야 했다. 이를 아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영혼이 반야용선이라는 배를 타고 고해의 바다를 건너 무량수불 앞으로 간다고 믿는다. 배가 바다를 건널 때는 비록 돛배라 하더라도 노를 저어야 했다. 그래서 향가 원왕생가를 만들면서 ‘무량수불 앞으로 간다’는 노랫말 다음에 ‘노저으라’는 지시어를 사용했다. 그것이 ‘애(乃)’라는 글자였다.
불교뿐만이 아니다. 신라의 왕실도 배를 타고 저승으로 간다고 믿었다. 경주 노동동 금령총에서 발굴된 흙으로 빚어 만든 자그마한 배가 이를 증명한다. 크기는 15cm도 안 되게 자그마했지만 의미하는 파장은 크다. 그 배에는 한 사람의 뱃사공이 옷도 입지 않은 채 노를 젓고 있다. 노 젓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혀를 내놓기까지 했다. 무덤의 주인이었던 신라 왕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해 데리고 가는 뱃사공으로 생각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 곁을 지키던 전통 상여도 그러했다. 상여에 매단 나무판에 용을 새겨놓고 있다. 상여가 용선이었던 것이다. 상여가 용선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상여를 메고 가는 상두꾼들은 뱃사공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만가는 노젓는 소리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상두꾼이 젓는 용선을 타고 그들이 부르는 뱃노래를 들으며, 정들었던 가족과 이웃을 등지고 저승으로 갔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저승의 강을 건너는 배가 있다.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망자의 영혼을 배에 태워 ‘스틱스’라는 강을 건너 저승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사람이 죽게 되면 죽은 자의 입에 은화 한 닢을 물려주었다. 영혼이 카론에게 낼 노잣돈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종교나 지역을 떠나 죽은 자들은 배를 타고 이승을 떠났다. ‘애(乃)’는 영혼이 바다를 건너간다는 고대인들의 내세관을 말해주는 글자였다. 그렇기에 향가 작자들은 사람이 죽거나 장례식을 치르는 내용의 향가에 ‘애(乃)’라는 글자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 글자가 나오면 향가를 공연하는 백댄서들은 노를 젓는 춤을 추며 뱃노래를 낭랑하게 불렀다.

‘애(乃)’라는 보언은 신라인들의 내세관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화석과도 같은 글자다. 지질학자들이 5억4000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삼엽충의 화석을 연구하듯이, 향가 연구자들은 화석어가 되어 있는 1000여 년 전의 향가 문자들을 선입관 없이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5억4000만 년 전의 것도 하고 있는데 1000여 년 전의 것을 못할 것이 무어 있겠는가. 보언을 모르면 향가를 알 수 없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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