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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반월성에 잣나무를 심어라
경주신문 기자 / 1415호입력 : 2019년 11월 21일(목)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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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향가연구가

기파백(耆婆栢)의 제언, 신라의 국목은 잣나무였다.

대한민국의 나무는 소나무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는 애국가가 그것을 말해준다. 경주시의 나무도 소나무다. 삼릉의 소나무 숲을 보면 왜 시의 나무가 소나무인지 짐작이 간다. 신라에도 나라사람들이 사랑하던 마음속의 나무가 있었다. 그것은 잣나무였다.


향가 14편에는 잣나무가 2번 언급된다. 향가에는 관목으로는 철쭉(헌화가), 나무로는 잣나무(찬기파랑가, 원가)가 언급된다. 신라인들은 휘하에 많은 사람들을 거느린 책임 있는 사람을 잣나무에 비유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휘하의 사람들로 인해 노심초사하던 사람들이 잣나무였다.

‘찬기파랑가’의 잣나무를 보자. 다음의 구절에 잣나무가 나온다. 잣나무는 화랑 ‘기파’였다.

‘잣나무 같으신 화랑이여. 그대는 가지들을 높이 닿게 하기를 좋아 하였습니다.’

삼국통일 전쟁이 끝나고 100여 년이 지나자 경주에는 평화의 꽃이 난만하게 피었다. 화랑도 역시 평화에 젖어 기강이 흐트러졌다. 그러나 기파랑은 휘하의 낭도들이 고도의 기강을 유지하기를 희망하였다. 높았던 그의 뜻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신라는 찬란했던 영광을 뒤로 하고 하대라는 긴 혼란의 암흑기 속으로 빠져들어 가야 했다.

또 하나의 잣나무는 ‘원가’라는 향가에 나온다. 효성왕이 아직 왕이 되기 전 친한 이들과 함께 궁정의 잣나무 아래 앉아 정치와 인간의 의리를 이야기했다. 월성 뜰에는 큰 잣나무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 나무를 사랑했다. 잣나무는 신라인들에게 상징으로 각인되었다.

잣나무 가지들은 백성들이었고, 잣나무 줄기는 아랫사람들을 지탱하고 사랑해 주어야 하는 왕이나 화랑 같은 인물이었다. 신라의 지도자들은 백성들이 힘들어 할 때 그 나무를 보고 백성들을 생각했고, 자신들이 맡고 있는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다음은 ‘원가’라는 향가다.

만백성을 사랑하고 지탱하시던 잣나무 같으신 분.

당신이 떨어짐이여.

가르침에 따라 당신의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우러르는 얼굴, 바꾸어 준 얼굴.
달이 벌인 그림자,

옛날이 인연이 되어 이르는 곳.

장례를 치르자니 눈물이 흐르옵니다.

아, 망인이시어.

아미타불께 가시기를.

대를 이으리.

방방곡곡 퍼지리.

덕이 뛰어 나온 당신의 이야기가.

후구

잣나무가 자리를 잡고 살았다.

본 작품은 효성왕이 사망한 후 치러지던 장례식장에서 지어진 향가다.

효성왕에 대해 “만 백성을 사랑하고 지탱하시던 잣나무 ”라고 했다. 신라인들이 백성에 대한 사랑과 직책의 무게를 되새겼던 나무가 바로 궁정 안의 잣나무였다.

그 잣나무가 서있던 월성이란 어떠한 곳인가. 월성은 서기 101년 파사왕 때부터 신라가 멸망한 935년까지 신라와 흥망성쇠를 함께 한 왕궁이었다. 이 위대한 유적지에 대해 경주시, 경북도, 문화재청이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꿈같은 제안이 있다. 월성 조경 복원 사업의 포인트로 궁정 안 잣나무가 서있던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찾으려고만 하면 아름드리였을 그 나무의 흔적을 못 찾을 것도 없을 것이다.

그 곳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잣나무를 찾아 옮겨심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화랑, 기파랑(耆婆郞)을 기려 나무의 이름을 기파백(耆婆栢)이라고 지어주기를 꿈꾼다. 그리하여 경주를 찾는 이들이 그 나무 아래서 천 년 전 신라의 영화를 이야기하고 무너지지 않을 신라를 꿈꾸었던 꽃 같은 젊은이 기파랑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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