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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늦은 한파 속 장례 풍습 그린 모죽지랑가
경주신문 기자 / 1416호입력 : 2019년 11월 28일(목)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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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향가연구가
향가 속에 문화의 시작점이 있다.

8세기 초부터 9세기에 전 지구적으로 ‘암흑 한냉기(dark age cold period)’가 있었다. 작은 빙하기였다.
이 8세기~9세기 소빙기론은 유럽에서는 바이킹이 남하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마야문명이 쇠퇴하였으며, 아시아 대륙에서는 당과 신라의 혼란을 설명하는데 이용된다.
지구를 찾아온 암흑 한냉기는 향가에까지 큰 상처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상흔은 모죽지랑가에 새겨져 있다. 효소왕 대(692~702년) 작품이다. 암흑 한냉기가 절정이던 때의 작품이다.


그대가 가는 봄,

모든 것이 마치 풀과 나무가 겨울을 맞은 것 같사옵니다.

아, 낭도들을 사랑하고 지탱해주오은 모습.

세월은 서둘러 흘러

움직이지 못하는 손발,

천으로 가린 눈.

향불만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일곱 분이 맞이하고 대접합니다.

죽지랑이여,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

사람들이 어찌 상여를 따르지 않겠습니까.

길에는 성대한 행렬.

길에서 당신을 지켜야 하는 밤이 있습니다.


모죽지랑가의 노랫말은 죽지(竹旨)라는 화랑의 장례식에서 그를 추모하고 있는 향가임을 알 수 있다. 향가와 관련된 이름들은 작자의 향가 제작 의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본 작품 속의 이름들을 살펴보면 당시 신라에는 늦봄까지 지속되던 한파로 인해 대기근이 들었고, 사람들이 죽어갔고, 왕실차원의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대가 가는 봄, 모든 것이 마치 풀과 나무가 겨울을 맞은 것 같사옵니다”라는 구절은 늦봄까지 지속된 이상한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봄이 다 가도록 겨울처럼 춥다고 하였다. 봄이 다 가도록 추위가 계속되어 봄농사가 망쳐 죽도 먹지 못하는 극심한 기근이 들었다.
이에 따라 왕실에서는 공사 막론 부역을 금지하고, 재산이 있는 자는 곡식을 풀어 굶주려 죽는 자가 없도록 하라는 엄명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아야 본 향가의 배경설화에 나오는 여러 가지의 이야기가 납득이 될 수 있다. 본 향가의 제작 의도는 흉년으로 인한 구휼에 있었던 것이다.

추위의 강도에 대해서도 묘사되고 있다. ‘익선’이란 자의 큰아들을 궁정의 연못에 빠뜨려 씻겨주려 했는데 그만 얼어 죽고 말았다 하였다. 강추위였던 것이다.

화랑 죽지(竹旨)의 이름을 한자의 뜻으로 풀어보면 ‘죽도 맛이 있다’는 뜻이었고, 그의 또 다른 이름 죽만(竹曼)은 ‘죽도 없었다’는 뜻이 된다. 작자 득오곡(得烏谷)의 이름이 가진 뜻은 ‘곡식을 얻어 환호한다’는 의미다.

거국적으로 쌀을 절약(能節米)하고 있었고, 세곡을 받아들여 쌓아 놓은 정부 기관(富山城)에서는 쌀을 풀어 백성 구휼(益宣)에 나서고 있었다. 왕실의 영을 어길 경우 어긴 자의 출신지역 관리나 승려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대책임을 물었다. 거국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다.

일련의 상황이 가리키는 방향은 기근과 구휼이다. 이처럼 모죽지랑가는 암흑한 냉기가 덮친 신라의 흉흉했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본 향가 속에는 신라시대 장례 풍습이 묘사되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은 시신, 천으로 가린 얼굴, 입에 넣는 불린 쌀, 피어오르는 향불, 조문객 접대, 상여를 뒤따르는 성대한 행렬, 중도에서의 상여 지키기. 장례식의 모습이 그림처럼 묘사되고 있다. 모죽지랑가에 담긴 신라의 장례식 모습은 전통 장례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처럼 향가 속에는 당대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향가는 우리 문화의 시작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향가제작법은 당시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준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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