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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향가, 1000년 만에 창작의 고리 풀다
경주신문 기자 / 1417호입력 : 2019년 12월 05일(목)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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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향가연구가
향가백일장, 향가를 창작해보자.

향가제작법이 검증받으려면 향가를 제작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본 편에서는 과거 향가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드리겠다. 제작법에 의해 향가가 만들어 질 수 있다면 우리는 향가 백일장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상황극 하나를 설정하겠다. 화랑처럼 마음이 착한 경주 동국대 학생 한 명이 예쁜 여학생에게 차이게 되었다고 하자. 그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 꽃’ 한 구절로 소원을 비는 향가를 짓고자 한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가실 길에 아름따다 뿌리오리다/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1단계로 이 시를 한자로 바꾸어야 한다. 네이버 사전에 우리말의 뜻을 입력하면 한자어가 나온다. 그것을 한국어 어순으로 배열한다.
ㅇ영변 약산 진달래꽃→寧邊藥山 杜鹃花/영변약산 두견화
ㅇ가는 길 아름 꺾어 뿌리다→去道 抱折 撒/거도포절살
ㅇ가는 걸음걸음 놓은 그 꽃→去 步步 置 其花/거보보치기화
ㅇ가볍게 밟고 가다→輕踏去/경답거

2단계로는 청언을 배치한다. ‘불운에 맞서주시고, 나를 가엾게 여겨주시고, 나의 슬픔을 달래 주시고,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 있도록 해주시고, 옛날처럼 좋은 사이가 되게 해 주세요’가 학생의 바람이다. 이 의미에 맞고 우리말 소리와 어울리는 한자어를 찾아 배치한다.
ㅇ근심을 다스려 달라→다스리다 리(理)
ㅇ불운에 맞서 달라→맞서다 여(如)
ㅇ나를 가엾게 여겨 달라→가엾어 하다 은(隱)
ㅇ옛날처럼 좋은 사이가 되게 해 달라 →옛 고(古)
ㅇ그녀에게 좋은 일이 있도록 해 달라→길하다 량(良)
노랫말 한자어 사이사이에 청언 ‘리리여은고량(理 理 如 隱 古 良)’을 배치한다.
ㅇ영변약산 두견화/寧邊藥山 杜鹃花
ㅇ거도포절살 리리여(理理如)/去道抱折撒 理理如
ㅇ거 은(隱) 보보치기화/去 隱 步步置其花
ㅇ경답 고(古) 거 량(良)/輕踏 古 去 良

3단계는 보언을 배열한다. 보언이 존재하기에 향가가 연극이나 뮤지컬이 된다. 보언은 향가에서 핵심적 요소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라고 지시한다. 다음이 그 보언이다
ㅇ님이 배를 타고 떠나간다→노젓는 소리 애(乃)
ㅇ죽여 시체로 만들다→시체 시(尸)
ㅇ악기소리를 울리라→소리울리다 힐(肹)
ㅇ화살을 쏘아 맞추라→화살의 상형 의(矣)
ㅇ떠나는 모습에 탄식하라→탄식하다 오(烏).
ㅇ깔린 꽃을 밟는 그녀에게 몸을 굽혀 절하라→굽다 을(乙)
ㅇ여인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악기를 연주하라→음률 음(音)

완성된 모습은 다음과 같다. 아마도 향가 제작법이 잊혀진 후 신라인의 향가제작법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향가가 될 것이다.
ㅇ영변 애(乃) 약산 두견화/寧邊乃 藥山 杜鹃花
ㅇ거시힐(尸肹) 도의(矣) 포음(音)절 살리 오(烏) 리여/去尸肹 道矣 抱音折 撒理烏理如
ㅇ거 시(尸) 은 보음(音) 보음(音) 치 기화 을(乙)/去 尸 隱 步音步音 置 其花乙
ㅇ경답고 거 시(尸) 량/輕踏古 去 尸 良

935년 신라는 1000년간 전해오던 월성의 불빛을 꺼뜨리고 말았다. 향가 제작법도 잊혀졌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의 승려가 향가의 역사에 나타났다. 신라말에 태어나 고려초엽을 살다 가신 균여라는 스님의 일대기가 1075년 편찬되었다. 균여가 지은 향가 11편이 그의 전기에 포함될 수 있었다. 이어 일연 스님께서 1512년 삼국유사라는 역사책을 저술했다. 그는 삼국유사에 신라 향가 14편을 수습했다.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향가의 하늘에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향가는 암흑 속에서 100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숨을 할딱거리며 숨어 있었다. 향가는 이 땅의 후손 누군가가 자신들을 발견해주기를, 구조해주기를 기다리면서.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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