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이준과 동악 이안눌. 무금정에서 경치를 감상하다
경주신문 기자 / 1418호 입력 : 2019년 12월 13일(금)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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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 시민전문기자 경북고전번역연구원장 | 경주부에서 옥산서원 북쪽방향으로 14리쯤 두모연(豆毛淵) 가에 세워졌던 무금정(無禁亭)은 구암(求庵) 이준(李浚,1540~1623)이 띠풀로 지붕을 이어 정자를 세우고,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1571~1637)이 그 이름을 지었다. 정자의 이름은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가운데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而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에서 ‘無禁’을 취하며 빼어난 경치를 드러냈다.
그 옛날 굽이 흐르는 형산강과 물새의 비상함에 물빛은 유난히 반짝이고, 무금정에 올라 두 선비가 회포를 풀며 지난 일을 회상하며 감상에 잠겼다.
경산현령·만경현령 등을 지낸 구암은 회재선생의 혈손인 잠계(潛溪) 이전인(李全仁,1516∼1568)의 후손으로 독락당을 지켜온 인물이다. 고봉 기대승은 퇴계의 요구에 의해 회재의 신도비명[贈領議政文元李公神道碑銘幷序]을 지으며, 잠계에 대해 “이전인은 시서(詩書)를 익히고 의리를 알았으며, 아들을 잘 가르쳐 또한 다 훌륭하다(全仁習詩書 知義方 敎誨其子 亦皆有立云)”며 잠계의 두 아들 이준과 이순(李淳)에 대해 칭찬했다. 그리고 퇴계는 회재의 행장을 적으며, “몇 년 전 선생의 서자 이전인이 선생께서 찬술한 여러 책을 보여 주었는데, 근래 이전인이 또 그 아들 이준 편에 수집한 선생의 시문(詩文)·지명(誌銘)과 거쳐 간 관직의 전부와 언행(言行)·사실을 나에게 거듭 와서 보여 주었다(頃年 先生庶子全仁 來示先生所纂修諸書 近全仁又遣其子浚 以其所裒集先生詩文誌銘及歷官首末言行事實 重來示滉)”며 구암이 조부의 행적을 알리는데 부친 잠계와 크게 노력한 사실을 밝혔다.
동악은 1613년 경주부윤(재임1613.11~1614.9)이 돼, 부를 순시(巡視)하며 민정을 살폈고, 월성록(月城錄)을 지어 경주를 추억했다. 그중 1614년 옥산서원을 찾아 구암을 만나 지난 날 자신의 증조부 이기(李芑)와 회재에 얽힌 잘못을 상기하고, 앞으로 우의(友誼)를 돈독히 할 것을 다짐하며 「제무금정(題無禁亭)」을 지었다. 앞서 이기는 회재의 추천으로 형조·병조판서를 지냈으나, 소윤 윤원형(尹元衡)과 결탁해 을사사화를 일으켜 회재를 강계로 유배보내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 악연이 있었고, 그의 증손자가 바로 경주부윤으로 온 동악이었다.
시간은 흘러 1768년 가을에 동악의 5대손인 관찰사 이은(李殷)이 어느 날 옥산을 지나며 오래된 선조의 시판을 보고 감회에 젖는다. 정자는 이미 허물어진지가 오래지만, 다행히 시판은 옥산문중에서 잘 보관해왔었다. 이에 시판을 새롭게 판각하고 계정(溪亭)에 제현(諸賢)의 글과 함께 걸었는데, 최근 2009년 문중의 도움으로 정자를 독락당 앞에 세우면서 시판을 옮겨 걸었다. 그리고 우산(愚山) 최채량(崔埰亮)선생이 편액을, 중건기는 안동 김창회(金昌會)선생이, 중건상량문은 영천 이기석(李基釋)선생 등이 짓고 무금정의 인연을 계승하였다.
○무금정 - 『東岳集』卷11,「月城錄·題無禁亭」
첨지 이준은 경주부 북쪽 14리쯤 두모연 가에 터를 정하고, 띠를 엮어 정자를 새로 지었다. 산기슭에 높게 위치해 들 밖의 경치가 굽어보이고, 온 계림의 형세가 다 보였다. 술상을 차리고 초대해 감상하는데, 나에게 정자의 이름을 청했다. 나는 “소동파 「적벽부(赤壁賦)」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도다’에서 ‘無禁’두 글자를 취해 이름으로 삼아, 어떻습니까?”하니, 주인이 “좋습니다”했다. 거듭 나에게 현판에 걸 시를 청했다.
우거진 숲 성 밖엔 시내가 휘감아 흐르고
띠로 엮은 소쇄한 정자는 세속과 단절된 듯 시내와 바람과 달은 원래 주인이 없건만
온 들판 구름과 산은 모두 그대의 것이라
맑은 물 곧장 내달려 바다로 흘러가고
좌우의 푸른 무지개는 보랏빛 노을과 구별되네
해질 녁 피리소리에 고기 잡는 아이들 돌아가고
홀로 앉아 물가의 백로 떼가 비상함을 바라보네
넓은 들과 곧은 산에 시내가 돌아 흐르고
이곳 높은 대는 고도의 형승(形勝)이라
몇 곡조 긴 피리소리에 술 한통 제격이고
안개비가 가득한 하늘에 물새가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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