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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부지에서 생각하는 지방소멸
경주신문 기자 / 1418호입력 : 2019년 12월 13일(금)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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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범
한국관광공사
윤리법무팀장
고향 경주를 떠난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지금은 아이들과 원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경주에 평화로이 살고 있던 어머니는 못난 아들을 위해 정말 생면부지의 사람들만 있는 이곳 원주로 오셔서 나와 아이들을 돌봐 주고 계신다. 손바닥 같이 환하게 알고 지내던 경주와 달리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으시겠지만 여기서 아파트 경로당도 가시고 복지관도 가시고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하신 듯해 여러 모로 안심이 된다.

원주에서 하는 많은 것 중 어머니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이 주말농장이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이것저것 지원을 해줘서 3고랑 정도의 주말농장을 하게 됐는데 어머니는 고작 3고랑에서 상추, 고구마, 옥수수, 땅콩, 토마토 등등 온갖 것들을 나오게 하는 마법을 부리신다.

주말 농장이 있는 곳은 원주 외곽의 폐교 부지다. 초등학교 분교로 있다가 한때 본교가 되기도 했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어 다시 분교로 되었다가 폐교되는 부침을 겪었다. 이 폐교 부지를 마을회에서 인수해서, 주말농장으로도 운영하고 캠핑장으로도 운영한다. 이곳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있었던 이승복상이나 호랑이상 같은 것들이 있어서 정다운 곳이다. 어머니와 내가 물을 주고 풀을 뽑거나 하고 있으면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논다. 아이들은 지금은 풀이 가득한 이곳이 한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반짝반짝 빛났던 친구들이 가득 찼던 곳이라는 걸 알까? 나도, 조회 때면 교장 선생님이 훈화 말씀을 길게 하셨을 법한 운동장 정면의 단상에 서 보기도 한다. 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인구는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는데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다는데 아이들이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급기야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이라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지방소멸? 지금은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생각하면 아주 무서운 말이다.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지방 소도시의 기능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을 보면 소도시의 버스 노선은 점차 폐지된 반면 가까운 마트들은 문을 닫고 있어 노인 계층이 생필품을 사는 것에 곤란을 겪는 곳이 많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강원도도 출산율이 떨어지다 보니 강원도 내 분만 가능 산부인과가 있는 지자체가 춘천과 원주, 강릉과 태백 등 7개 지역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개 지역은 아이를 낳으려면 도시지역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한다. 지금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산부인과 정도의 문제지만 이 문제가 심화되면 학교, 주유소, 마트 등 도시로서 제 기능을 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문제될 수 있다.

경주도 지방소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8년 7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경주시가 소멸위험지역으로 포함됐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경주시는 하루에 신생아가 3명이 태어나지만 사망자는 하루 6명으로 시 인구마저 자연 감소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도 폐교 위기에 있다가 교명을 존속시켜 지역을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교실 수에 비해 학생들이 많아 오전반, 오후반이 있었던 시절을 겪었던 내게, 지금의 현실은 정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때 그 시절엔 정말 아이들이 골목마다 학교마다 넘쳐 났었는데….

어떤 분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옆에 일본이 있다는 것은 큰 불운이기도 하면서 큰 행운이기도 하단다. 그 행운 중 하나는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그리고 부작용 또한 먼저 겪는 일본에게서 보고, 배우고, 그리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년째 인구가 자연 감소할 정도로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폐교나 빈 집들은 어떻게 활용했는지, 인구가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내수 감소를 외래 관광객 유치 확대 같은 정책으로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보고 또 배울 일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성장 했을 쯤이면 주말농장이야 없어지더라도 폐교가 다시 분교로 살아나고 분교가 다시 본교가 되는 때가 오기를 소망해 본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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