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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우리
경주신문 기자 / 1419호입력 : 2019년 12월 20일(금)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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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철 교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당연히 내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내 존재 기반은 내 부모라는 말이다. 그럼 내 부모는 어디서 왔는가? 역시 그들의 부모로부터다. 내 조부모(祖父母)라고 하든 그들의 부모라고 칭하든 간에 분명한 것은, 한 대(代)를 올라갈수록 수는 두 배로 증가된다는 사실이다. 즉 나를 기준으로 내 부모(2명), 그 윗대(4명), 또 그 윗대(8명)… 이런 식으로 확대해 나가다 보면, 나를 중심으로 거꾸로 된 피라미드가 만들어진다.

나는, 나를 있게 한 역(逆) 피라미드 정점에 위치한다. 과거에서 현재라는 방향으로 역사는 전개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집안의 모든 어른을 내 어깨에다 얹고 다니는 형상이다. 당신이 밤마다 이유 없이 목이나 어깨가 아팠던 이유는, 당신을 존재케 한 모든 할아버지들, 할머니들을 죄다 업고 다니다 보니 그런 거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 이상과 같은 방식으로 나를 정점으로 한 순(順) 피라미드도 만들어질 것이다. 선조라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모든 역사가 ‘현재’라는 나를 거쳐 내 후손이라는 ‘미래’로 이어지는 구조가 완성된다. 나만이 아니다. 눈앞의 모든 사람도 각자 거꾸로 매달린 피라미드와 바로 선 피라미드를 동시에 갖는다. 아, 장관이지 않는가? 흥미로운 인류사의 한 장면이다.

만약 조상님들 중 가령 역병(疫病)이 돌거나 기아(飢餓)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가정을 해보면 어떨까? 옛날은 영양 상태나 처한 환경 등 생명을 유지하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 옛날의 일을 지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길도 없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완전 제로(zero)다. 왜냐? 내 어깨에 있는 선조님들 중 단 한 분이라도 돌아가셨다면, 지금의 나는 절대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건 무슨 말인가?

과거 그들의 삶은 내 존재로 현재 증명된다. 내가 멀쩡히 살아 움직인다는 말인즉슨, 전혀 확인할 바 없는 내 선조님들 중 단 한 분도 잘못됨이 없었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 이야기인가! 내세울 것 없는 내 존재 하나로 전 인류의 존재와 그 노력의 당위성을 증명하다니, 나는 내[i]가 아니라 우리[we]인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실천을 한 케이스가 대(代)를 이어 의술을 베풀거나 법조인의 삶을 이어가는 집안이 아닐까 싶다. 우리 동네에도 3대째 이어오는 한의원이 있다. 우리 가족은 꼭 거기만 간다. 윌리엄 게이츠가 사준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던 어린 아들 빌 게이츠(Bill Gates)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하면서 인류에게 PC라는 큰 선물을 안겨준 케이스도 같은 맥락이다.

그 반대급부도 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가계(家系)에 정실질환자가 태어나려면 3대(代)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사람은 웬만히 불안정한 생활을 했다고 해서 바로 정신질환이 걸리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역 피라미드 론(論)에 따라 윗대로부터 쌓인 불안증이 대를 거쳐 비로소 발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사실 우리는 의외로 강하다. 오염 물질에 노출되었다고 재깍 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생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 100만 개의 암세포를 주입해도 쥐는 바로 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쥐도 우리처럼 항상성(恒常性)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정신이나 육체에 질환이 생겼다면 이는 분명 오랜 시간이 전제된다. 가족력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비만만 해도 그렇다. 부모가 뚱뚱하거나 아니면 매끼 인스턴트 음식으로 즐기다 보면 다음 세대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세월은 이렇게 끊어지는 듯 이어간다. 인간의 수명은 기껏 7~80년이다. 과학의 신세를 져도 100년 안팎인 인생이고 그 끝에는 반드시 죽음이 기다린다. 놀라운 건, 그런 한계를 가진 채 온 인류는 나를 존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말이지 행운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 또한 미래 인류를 위해 오늘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건 숭고한 의무이자 권리다. 요즘 신문을 채우는 자살 소식에 마음이 참 무겁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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