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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경주신문 기자 / 1425호입력 : 2020년 02월 06일(목)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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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목소리마저 떨어져내리는 시간들
↑↑ 손진은 시인
새해가 될 때마다 소리 내어 읽는 시다. 지난 한 해 헛살았다는 인식에서다. 올 설에도 열차 안에서도 산책길에서도 쉼보르스카를 끼고 살았다.

쉼보르스카의 시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갖는 시의 세계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다”는 그녀의 노벨상 수상 연설처럼 단순한 교훈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예컨대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는 구절은 너무나 명쾌하지만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낙제란 없는 법”이란 말은 어김없이 시간은 간다는 말의 얼마나 신선한 표현인가?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는 말은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에 이르면 곁에 있는 타자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으로 미세하게 확장된다. 그뿐인가? 너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마저 꽃처럼 돌처럼 떨어져서 사라진다(“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는 미세한 감각에 이른다. 또 흘러가는 시간은 불안으로 힘겨운 나날에 치료제(“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임을 일깨운다.

이 시는 끝까지 두 방향으로 흐른다.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과 함께, 각각의 개성(“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을 가진 너와 내가 소통(“일치점을 찾아보자.”)해야 하는 귀한 존재라는 사실 말이다. 되풀이되지 않는 매순간, 타자와 함께 아름답게 살다 갈 일이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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