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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경주신문 기자 / 1430호입력 : 2020년 03월 12일(목)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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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범 변호사
한국관광공사윤리법무팀장
겨울 방학을 시작하고서도 초등 아이들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1학년인 둘째는 9시에 등교를 해서 4시까지 돌봄을 하다가 미술학원을 거쳐 5시 넘어서야 집에 왔다. 3학년인 첫째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았다. 오전에 방과후 학교를 하다가 오후에 미술 학원을 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학습지나 피아노 같은 재택수업이 있었다. 방학인데 너무 아이들을 내모는 것이 아닌가 해서 개학을 앞 둔 2월 마지막 주는 아이들이 맘껏 노는 시간으로 했다. 학원도 안 간다고 미리 연락을 해 뒀고, 학습지 선생님께도 한 주는 쉬겠다고 했다. 한 3일은 외가에 보냈다가, 또 며칠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갈 참이었다.

이런 계획이 뒤틀어진 것은 외가에 가기 바로 하루 전 날, 아이들과 함께 고양이 카페에서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 외할머니는 아무래도 시절이 수상하니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매 방학이면 3일 정도는 가던 외가 일정이 뒤틀어진 순간이었다.

이후부터 하나씩 일정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경로당과 평생학습관이 폐쇄됐다고 하신다. 종종 가시던 재래시장도 못 가시게 됐다. 나는 오전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반차를 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다. 1주일 연기됐던 개학이 추가로 2주 더 연기됐다. 학원도 연일 휴원 문자를 보냈다.
이리저리 학원에 치이는 아이들을 위해 숙제 없는 기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내 계획은 반 강제로 연장되게 되었다. 학교도, 학원도 그리고 학습지 선생님도 없다. 심지어 밖으로 놀러 가지도 못한다. 할 일 없는 아이들의 손에는 어느덧 휴대폰이 주어져, 아이들은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바뀐 것은 집에서의 일상뿐만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 2020년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외래관광객 유치 TF는 코로나 대응 TF로 바뀌었다. 나라의 관심이 관광지에 사람을 모으는 것에서, 사람의 이동을 막는 것,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뀌었다. 회의니 워크숍은 취소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재택근무도 해 봤다. 방송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면서 연일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여 준다. 뉴스특보가 연일 이어진다. 군대에서도 제독차량을 보내 도로에 소독액을 뿌려 댄다. 이름 알리기 바쁜 예비후보들도 소독통을 들고 나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항상 놀러가던 집 앞 공원에는 ‘코로나 19의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하여 공원 및 체육시설 이용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분위기가 이러할 진데, 집 밖으로 발걸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계속되는 개학 연기에 아이들을 맡길 데 없는 부모나, 경로당이 폐쇄돼 갈 곳 없는 어르신도, 그리고 생계를 위협받는 곳곳의 자영업자들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얘들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고, 직장에서는 어떤 행사를 기획할까 생각하던 때가 호시절이었구나 싶다.

이젠 코로나가 만든 옴짝달싹 못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싶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을 담아 ‘코잠잠 약속’을 생각해 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을 붙여 코로나가 끝난 후에 하고 싶은 바람을 적어 보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과 같은 대외 활동이 주춤한 지금, 코로나 때문에 각자의 공간에 한정되어 머물러 있는 지금, 코로나가 물러나고 난 다음의 상황을 약속해 보는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처럼, 사람들은 하루하루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가지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법이다. 지금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여행업계나 소상공인들도, 학교·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과 부대끼는 부모들도 코잠잠을 생각해 보며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벚꽃 피는 경주를 여행하고 싶다. 그러니, 경주의 소상공인들이여, 그때까지 힘들지만 잘 견뎌 주시라.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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