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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경주신문 기자 / 1431호입력 : 2020년 03월 19일(목)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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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김성춘


알 수 없어라 신의 음성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쿨에 1등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기자가 물었다
피아노 연주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그가 말했다
아무 생각도 안 한다고
그냥 노래만 따라 간다고
그 노래의 외길만 따라 간다고
그의 대답도 연주처럼
투명했다

또 어느 날 같은 질문을
피아니스트 손열음에게 물었다
그녀의 대답도 연주처럼
깨끗하고 투명했다
나를 완전히 잊어버린다고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노래만 따라 노래의 오솔길만 따라 간다고

그렇다
집중 또 집중만이 신의 음성이다

알 수 없어라 세상의 모든 음악
아직도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게 하는
첫 사랑의 황홀한 비밀



-음악, 그 첫사랑의 황홀한 비밀 듣기
↑↑ 손진은 시인
 플루트의 거장 파트릭 갈로아는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한 개인이 자신보다 위대한 어떤 것, 모든 존재의 위대한 하모니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진정한 음악이란 내면에서 들리는 침묵이고, 위대한 침묵인 우주운율과 하나 되는 것이다. 음악의 길은 일상의 길이 아니라 가슴의 길이다. 신비의 길이다.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나를 넘어선 곳에 노래와 내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 시는 그 경지, ‘신의 음성’에 도달하는 명상을 보여준다. 그가 주목한 인물은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손열음 둘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피아노 연주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노래만 따라 간다”(조성진)거나, “나를 잊어버리고 노래의 오솔길만 따라간다”(손열음)이다. “연주처럼 투명”하다.

아무 생각도 안 한다거나, 나를 잊는다는 것은 잘 해야 한다는, 이렇게 연주해야 한다는 욕망이나 인위적 사고를 벗어버린다는 말이다. 생각을 하면 흐트러진다. 그 질서에 도달할 수 없다. 그들이 연주를 시작했을 때 악기는 연주자의 부분으로, 연주자는 악기의 부분으로 돌아간다. 한 개인과 악기는 이미 분리를 넘어서서 노래의 오솔길로 들어가고, 그 노래는 하나의 우주에 편입된다. 그것을 시인은 ‘집중’이라 명명하고 “집중 또 집중만이 신의 음성이다”라는 진술을 만들어낸다. 이 때 ‘집중’은 개인을 벗어버리고 우주 속으로 열리는 경지, 신의 음성에 도달하는 순간이다. 그것을 ‘나’쪽에서 보면, 세상의 모든 음악은 우주 속에서 하나의 귀가 되어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첫 사랑의 황홀한 비밀”, 그 ‘신의 음성’을 듣는 것이 된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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