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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한옥마을, 차 한잔의 여유(1)
경주신문 기자 / 1437호입력 : 2020년 04월 30일(목)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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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애 시인,
경북문화관광해설사
교촌한옥마을 남천 시냇가 ‘둘이 하나 되는’ “사랑길” 수양버드나무 길목에 선다. 원효와 요석공주 사랑이야기 인연 맺은 느릅나무다리 유교(楡橋)는 설화에 묻혔다. 풍경으로 확 닿는 월정교 물찬 그림자가 천년지느러미로 자맥질하는 봄날이다. 남쪽창 밖 수양버들 풍경인 ‘다연(茶淵)’전통찻집 아담한 문을 당긴다.

‘다연’ 찻집상호는 창림사지에서 발견된 ‘다연원(茶淵院) 기와 조각에 새겨진 명문에서 따온 이름이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경주신라차회》박민선 원장이 운영하는 참한 찻집이다.
문을 열면 기분 좋은 커피향이 물씬 코끝을 다그치지만, 진열장은 온통 차 그릇들로 옹기종기하다. 커피를 마시든 녹차를 음미하든 발걸음 편안한 한옥카페다. 박민선 원장의 차심(茶心) 묻어나는 내면의 은근함이 차향으로 풍겨오는 덕분이다.

청정지역 새순 봉오릴 그녀가 손수 따 법제한 목련꽃차에 흠뻑 매료된다. 유리다관에 황금빛으로 품어져 색(色)⦁향(香)⦁미(味)에 반한 햇목련꽃차!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가슴이 4월의 노래를 부른다. 사람과 찻물로 온유하게 느껴보는 사유의 폭들이 차분하게 심신을 갈앉힌다.

1987년 첫아이 유치원 자모댁 초대받은 차실에서 녹차를 처음 접했다. 정성으로 우려낸 향 맑은 찻물이 우주를 머금은 듯 깊고 오묘해서 심취되었다. 그 만남은 올해도 귀한 햇차 음미하자며 곡우절기 전화해 온 다우(茶友)가 되었다. 인생의 길모퉁이 시(詩)없인 숨쉬기 버거워 시로 존재의 의미를 확인받는 나날, 생의 남루자락 헹궈내며 삶을 견딘 다도(茶道)와의 인연 참 다행스럽다.

중국 당나라의 육우가 지은 『다경(茶經)』에 전하는 기록이다. 인류 최초로 차를 마신 신농씨염제를 불꽃임금이라 부른다.
그가 처음으로 불로 물을 끓여먹는 방법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음식을 불에 익혀먹는 방법, 농사짓는 법을 백성에게 알려주었다. 하루는 약초를 구하다 독초를 먹고 중독이 되었다. 찻잎을 씹었더니 그 독(毒)이 사라졌다. 신농씨는 찻잎에 해독효능이 있음을 알고 이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햇차가 나오면 다신(茶神)인 신농씨에게 차례(茶禮)를 올린다.

초의선사 『동다송(東茶頌)』
제11송. 41. 42, 제13송. 49. 50, 제16송 61. 62, 제17송. 63. 64. 65. 66.

⦿환동진고신험속(還童振枯神驗速)⦁마른고목 동안으로 되살아나는 신비한 효험,
⦿팔질안여요도홍(八耋顔如夭桃紅)⦁팔십 노인 얼굴에도 복사꽃빛 돌게 하네.
⦿취도녹향재입조(翠濤綠香纔入朝)⦁비취빛 푸른 차향 심신 속에 배어들면,
⦿총명사달무체옹(聰明四達無滯壅)⦁맑고 밝음이 사통팔달 막힘없이 통하네.
⦿일경옥화풍생액(一傾玉花風生腋)⦁옥화한잔 기울이면 겨드랑이 바람일어,
⦿신경이섭상청경(身經已涉上淸境)⦁몸은 맑고 가벼워져 하늘 올라 노니는 듯.
⦿명월위촉겸위우(明月爲燭兼爲友)⦁밝은 달을 촛불삼고 벗으로도 삼으면서
⦿백운포석인작병(白雲鋪席人作屛)⦁흰 구름 자리 펴고 병풍으로 둘러치니
⦿죽뢰송도구숙량(竹籟松濤俱肅凉)⦁댓잎소리 솔바람이 소슬하고 청량하여
⦿청한연골심간성(淸寒瑩骨心肝惺)⦁뼈 속 깊이 맑은 정신 오장육부 깨어나네.

신라시대 차는 진흥왕(540~576)대 화랑도의 심신단련⦁정신수양 단계로 이어졌다. 6세기 이후 9세기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왕족, 귀족, 승려 등 상류사회 음차 풍습이 행해졌음을 엿볼 수 있다.

‘이곡’의 『동유기』에 “화랑들은 차를 나누어 마시며 서로 강하게 결속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예(禮)로써 화합할 수 있었다. 화랑들이 사용하던 차도구가 동해바닷가의 여러 곳에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옛 선인의 석조(夕竈: 차부뚜막)가 있으니 차를 달이는 도구이다. 석지(石池: 돌못)와 두 개의 석정(石井: 돌우물)이 그 곁에 남아 있는데, 역시 사선(경포대, 한송정에서 차 생활하던 화랑)의 다구(茶具)들이다.”라고 적혀 있다.

【동경잡기】황룡사편 김극기 시에 “화롯불에 차 달여 시음하니, 찻잔에는 옥류가 구름처럼 떠있네. 향기롭고 달콤한 내음 더욱 짙어 가는데, 한 모금 마시니 온갖 근심 말끔히 사라지네.”라는 구절이 읽혀진다.

최치원의 사산비문「진감국사비문」에 “누가 한명(漢茗: 중국의 차)을 보내오면 돌로 만든 가마에 불 때어 가루내지 않고 달여서 이르기를, 나는 이 맛이 어떠한가를 가리지 않고 단지 배만 적실뿐이다. 국사가 참된 것을 지키고 속된 것을 좋아하지 않음이 모두 이와 같았다.”라고 했다.

자장율사가 당으로 유학 갈 때 신라에서 가져간 금지차는 ‘공경차(空梗茶)’라 하여 맛이 특별하였다는 기록이 청나라 다사(茶史)에 적혀있다.

중국 『당시집唐詩集』에는 자장스님이 호랑이한테서 구한 제자 ‘도명’이 절에서 살다가 적막함을 못 이기고 괴로워하자, 아이를 마을로 돌려보내며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시(茶詩) 구절이 전한다.

⦿팽명요중파롱화(烹茗遼中罷弄花)⦁차 달인 사발에는 향긋한 꽃차 필일 없겠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남긴 글의 뜻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애다흥국(愛茶興國)⦁차 마시는 나라는 흥하고
⦿애주망국(愛酒亡國)⦁술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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