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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나의 명(命)을 거역하다니
경주신문 기자 / 1439호입력 : 2020년 05월 14일(목)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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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
“내 명을 거역했다” 조선시대 사극에서나 많이 듣던 대사 가운데 하나지만 지난 1월 초 법무부장관 내정자가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명(命)’이란 명령으로 기본의미는 윗사람이나 조직이 아랫사람에게 무엇을 하도록 함 또는 그 내용이다. 경주시장이 이 말을 고함치듯 크게 한 번 크게 호령해 준다면......
요즈음 경주시에서 개최한 신라문화제를 두고 언론에서 말들이 많다. ‘신라문화제를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한다’ 거나 ‘총감독이 금액을 부풀려 업체로부터 사례금을 되돌려 받았다’ ‘시 자체 감사를 하고서도 처벌은 솜방망이다’는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기에 몹시 씁쓸하다.

신라문화제는 찬란했던 신라문화와 화랑정신, 그리고 호국불교사상을 계승하고 주민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1962년 4월 시작됐다. 제1~2회는 경북도가 주최하고 예총경주지부와 경주시가 주관했으며 제3회 때인 1964년부터는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북도·예총경북지부·경북교육위원회가 후원하다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겹치면서 격년제로 바꾸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볼거리가 그다지 없던 시절에 이 축제야말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국 시·군·구가 해마다 2000여개가 넘는 축제를 열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오늘날 신라문화제는 그야말로 ‘라떼는 말이야’란 말처럼 축제의 경로당 차지 같은 처지가 되었다. 늘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지난 것을 베끼기식이라거나 전문성이 없는 시청 공무원이 추진해서 그렇다였다. 그래서 시에서는 (재)경주문화재단을 설립하였고 그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격년제로 세 차례나 이 재단이 주관하였다. 이는 시의 ‘문화재단 설립 및 지원 조례’ 제4조 4항 ‘문화관광 축제행사 사업을 행한다’와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2018년부터 “문화재단이 힘들어 한다, 주관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를 달아 빼앗다시피 하여 시에서 주관하고 있다. 당시 세간에서는 ‘신라문화제를 통해 승진을 꿈꾼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그럴듯한 것이 그해 연말 신라문화선양회 평가회에서 자찬으로 가득한 준비부터 행사 전반에 대한 담당과·계장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같은 영상물을 장시간 상영했다. 적중했는지는 몰라도 소문이 사실처럼 이듬해 승진했다.

1995년 제정한 ‘경주시 신라문화선양회 조례’ 제4조 2항에는 ‘신라문화제 행사의 면밀한 사전계획과 효율적인 집행을 한다’라고 기능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50명에 이르는 시민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서도 들러리 역할로만 활용했다. 2018년 시청 주관으로 회귀한 제46회 신라문화제도 개최일을 불과 1개월 남짓 앞둔 8월말에 회의를 개최해 추진상황을 보고하여 “선양회가 왜 필요한가? 다 해놓고 보고할 거면 회의는 무엇 때문에 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2019년 12월 선양회 자문위원 중심으로 열린 제47회 신라문화제 평가보고회에서 관주도형에서 벗어나 전문기관인 경주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경주시장도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문화관광국장은 시장 면전에서 두어 차례나 “시에서 해야 한다, 재단은 능력이 없다”는 등 뒤집기를 시도했다. 결국 시장은 “2020년 신라문화제는 경주문화재단이 주도적으로 조직위원회를 운영하고 축제 전문가도 필요하면 채용하라. 시청은 행정적인 지원만 다하라”며 매듭지었다.

지난해 12월말에 열린 경주문화재단 이사회(이사장 경주시장)에서는 당연히 금년도 사업계획 중 하나로 제48회 신라문화제 주관 사업이 포함돼 있었다.(이사회 자료 28쪽)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당연직 이사인 시 문화관광국장은 “재단이 왜 나서서 신라문화제 계획을 발표하느냐? 기본계획 수립 등은 시청이 주가 되어야 한다. 재단은 업무량이 많다. 재단에서 맡는 동안 기본계획을 수립해 본 적이 없다. 신라문화선양회가 하도록 조례로 못 박혀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쏟아 냈다. 이쯤 되면 항명 수준이다. 그것도 공식 회의석상에서 의장인 시장과 얼굴을 맞대고서. 이 자리에서도 시장은 평가회 때와 마찬가지로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시청은 행정적인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으로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 ‘천년왕국, 신라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48회 신라문화제를 5개월 남겨 둔 지금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시 문화예술과 주관으로 지난 2월부터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꾸려 진행하고 있다. 시에서 이미 콘텐츠 공모며, 분야별 종목까지 거의 확정하였고 방송 인터뷰까지 나갔다. 그런 후 며칠 전 신라문화선양회 자문위원회(51명)나 추진연구위원(선양회 내 9명)을 구성했다. 안하무인격인 이런 사태는 그야말로 시민으로 구성된 선양회 자문위원이며, 문화재단 이사들을 물로 보는 경거망동(輕擧妄動)이라 할 수 있다.

몇 명 안 되는 문화예술과 직원들이 신라문화제를 위해서 새벽 두세 시까지 연일 고생을 하였다. 상큼하다시피 한 콘텐츠를 도입하여 신선하고 솔깃한 부분도 여럿 있었다. 시 직원들이 참 고생하였기에 전국 축제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집이다시피 내려놓지 못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총감독을 세우고 조직위 직원들이 선지출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부분을 급거 추가해 부풀리고 일부분 되돌려 받아 직원들에게 갚은 것을 어느 한두 사람에게만 덤터기 씌울 것인가. 예총과 손잡고 한다며 도장까지 다 받아두고 계약이며 지출까지 시 직원들이 주도하는 조직위원회에서 도맡아 하고서는 왜 말이 없을까?

‘고집 피워 혼자 다 한다.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했다. 말 뒤집기를 밥 먹듯이 한다. 시장 꼭대기 위에 있다.....’는 등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데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하고 앉아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신라문화제도 종합예술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순수 예술제로 세분화하고 전문적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관주도에서 민주도로 바꾸어 최우위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메꾸어 나가야 한다.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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