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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이 주는 귀한 가르침
경주신문 기자 / 1443호입력 : 2020년 06월 11일(목)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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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애 교육학박사
국제창의융합교육원장
‘인간답다’라는 말은 언제 쓰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인간과 다른 존재의 삶을 들여다보면 될 것 같다.

동물들, 혹은 식물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의 삶은 지극히 소박하다. 소박하기 때문에 필요이상의 먹거리를 탐내지 않고, 미래의 불안을 대비한다는 명목이나 과시를 위한 축적이 없다,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면 거의 살생을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서 인간은 어떠한가? 마치 신에게 도전하듯 거대해지고, 화려해지며, 건강한 신체를 빌미로 동물들을 식육하며, 식물들의 본연의 모습을 강제로 조작하는 등의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그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으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폭력성은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기저의 생각들이 재생산되고 고착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지구가 지금 이 시각에도 시속 1300km로 자전을 하고 있고, 시속 10만kw정도로 공전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21세기의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 태어나기 전부터 창의성으로 무장된 교육은 남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서 더 화려한 삶을 살지 못함을 오히려 불행으로 여기게 한다.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지구인들을 멈출 수 있는 길이 그동안에는 없었다. 몇몇 명상가들이나 참 종교인들의 외침은 너무 작았다. 발전이 모토가 된 지구인들 스스로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고, 어쩌면 빠름에 중독된 인류는 멈추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몇 개월의 강제 멈춤의 시간은 매우 고귀해야만 한다. 신이 강제로 멈춘 것이 아니라 지구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인과이지만 어쨌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본연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안개를 걷고 선명하게 잠시나마 보았기 때문이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우리는 집 즉 가정으로 돌아갔고, 최소한의 사람들을 만났으며, 최소한의 물질로 생활을 영위해갔다. 아까워서든, 나중을 위해서든 남겨두었던 식량들을 끄집어 내어 감사하게 먹었다. 가족들이 무사한 것을 감사했고, 소소한 일거리라도 있는 것에 감사했다. 심리적 혼란과 자발적 격리 속에서 나눔과 봉사와 기부행렬은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국가브랜드를 만들만큼 성숙했다.

세계적으로도 공해가 심했던 인도에 30여년 만에 히말라야산맥이 도시 중심에서도 보이게 되었고, 미세먼지로 봄마다 몸살을 앓았던 우리나라에도 맑은 하늘과 공기를 돌려주었다. 우리가 지구인으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모범 답을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한꺼번에 느끼고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고 본다.

선진국대열에 들어선 만큼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는 하소연이 한반도를 흔들어대어 국가는 현대판 구휼미를 풀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한편, 물심양면 지자체와 공조해 모든 분야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상상도 하지 못할 금액인 몇 천억, 몇 조의 현금이 여기저기서 풀린다는 소식이 매일 언론을 통해 들려오고 있다. 돈이 흐르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활동이 재개되고 우리는 다시 원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소박한 삶의 미덕이 도외시 되었던 오래된 습관들로 되돌아가고 있다. 굶주릴까봐 열었던 나라의 곳간이 꼭 필요한 생필품이나 소외된 작은 식당, 업소들을 돕는 것이 아닌 고급식당에 갔다왔다는 이야기와 평소에 벼르던 고급 장비들을 구입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린다. 국가가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의도와는 크게 다르다. 이런 소리들이 들린다는 것은 3개월 정도 경제가 멈춰도 큰 지장이 없이 준비가 잘 되었다는 소리이기도해서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멈춤의 시간’이 무의미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깝다. 배움을 통해 성찰과 깨달음을 얻고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교육의 값진 원리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작은 소유, 가장 적은 관계를 통해 행복이라는 것을 맛보고 감사함을 절실히 느꼈던 불과 어제의 일, 오늘의 일을 잊어버리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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