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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의 신라향가, 일본 만엽집을 열다[2] 리트머스 시험지
경주신문 기자 / 1457호입력 : 2020년 09월 24일(목)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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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필자가 골라잡았던 만엽가 4516번가는 만엽집 4516장 중 맨 마지막 작품이다. 야카모치(家持)라는 가인이 지은 작품이다. 그는 만엽집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당시 일본 이나바(因幡) 지방의 최고 책임자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지사급이다.
지금으로 부터 1261년 전인 759년 1월 1일 휘하 관리들과 신년 모임을 주재하고, 이 작품을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래는 아래와 같이 24글자로 되어 있다.

新年乃始乃波都波流能家布敷流由伎能伊夜之家余其騰
새해 첫날 오늘 내리는 경사스러운 이 눈처럼 앞으로 더욱 더 좋은 일이 많이 쌓이기를 바란다. (만요가나 해독결과 한국어역, 이연숙 동의대 교수)

사실 몇 글자 안 되는 작품이다. 만엽집에 대한 해독이 시작된 이래 일본의 연구자들 중 이 작품에 도전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위와 같이 내용을 풀고 있다.
필자가 이 작품에 ‘신라향가 창작법’을 적용해 보았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만엽가 푸는 법을 우리 문화의 속살이라 할 수 있는 향가에 들이대었듯이, 광복 74년 만에 한국인이 향가 푸는 법을 일본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는 만엽가에 적용해보려 한 것이었다.

신라향가 창작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말해 다음 세 가지 법칙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
① 향가의 문자들은 표의문자로 되어있다.
② 향가의 문자들은 한국어 어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③ 향가의 문자들은 노랫말+청언+보언으로 되어 있다.

과연 만엽가는 이 법칙들에 반응을 보일 것인가. 리트머스 시험지를 식초에 넣으면 붉게 변하듯이 혹시 무언가 반응이 있을 수도 있다.
자못 궁금한 일이었다. 신라향가 창작법을 적용하려면 먼저 작품을 구성하는 24개의 문자들을 기능별로 분류해야 한다. 자세한 분류법은 생략하겠으나 그렇게 해서 정리한 첫 9글자의 분류표는 다음과 같다. 첫 문장만을 소개한다. 
 
新年 始 신년이 시작되었다.
ㅇ 乃(노젓는 소리 애) : 노를 저어라.
ㅇ 波(물결이 일다 파) : 바다에 파도가 인다.
ㅇ 都(아아, 감탄사 도) : 감탄하라.
ㅇ 流( 떠돌다 류) : 떠돌라.

분류표 상의 ‘신년시(新年始)’는 노랫말이다. 작품의 줄거리를 나타낸다.
‘신년이 시작되었다’라는 뜻이다. 표의문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향가의 문자들은 표의문자로 되어있다’라는 향가 제 1법칙에 딱 들어맞았다.
신라향가 창작법에 의해 드러난 노랫말은 일본인들이 지금까지 풀어 온 것과 크게 달랐다. 4516번가의 전체 노랫말이다.

신년이 시작되었다.
응당 베풀어 (민들을) 번무하게 하리.
응당 그대들도 밤늦도록 (베풀어 번무하게 해야 하리).
나머지 사람들도 힘차게 달리자.

당시 일본은 역사적으로 보아 율령국가 건설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서 관리들이 ‘한 해 동안 밤늦도록 백성들에게 베풀어 주어 그들을 번무하게 하자’고 신년 초부터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일본인들의 해독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그들은 이 작품의 뜻을 전혀 모르고 있다.
강력한 빙초산에 들어간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만엽집 4516번가가 ‘파시시식’하며 향가 창작법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2,3법칙에도 혹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닐까?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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