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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풍광, 우리의 기억들(40) 작지만 단단한 카페 ‘아르볼’… 사진가가 내려주는 따뜻한 위로 한 잔
경주신문 기자 / 1457호입력 : 2020년 09월 24일(목)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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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를 즐겨 찾는 제게 감포를 찾을 강력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경주에서 가장 작은 카페가 감포항구 근처에 있어서입니다. 많아봐야 4~5명 겨우 앉을 자리에 테이블이 하나 밖에 없는 미니 카페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제일 작은 카페지만 커피맛만큼은 일품인 이곳을 다녀오면 충만한 위로를 듬뿍 받는 기분입니다.

감포깍지길 중 ‘해국길’로 불리는 골목은 감포제일교회로 올라가는 계단에 이릅니다. 그 계단을 오르기 전 바로 ‘아르볼(Arbol, 스페인어로 나무라는 뜻)’이 자리합니다. 작은 격자창 유리는 언제나 마알갛고 투명합니다. 윤기 흐르는 햇살이 여과없이 와닿아 카페 안을 환하게 하고요. 2018년 9월 문을 연 이곳 주인장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최선호 씨입니다. 이색적인 공간만큼 주인의 내공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칫 무심해보이기도 하지만 매우 인정스러운 반전매력의 소유자입니다. 호주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프로 일하기도 한 그는 이곳 감포에 잦아들어 평생 이방인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선택했다고 귀띰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소리쳐 외치고 싶을 때, 억울한 어떤 일이 급습했을때 문득 이곳이 떠오릅니다. 주인장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면 어느새 홀가분해져 돌아오니까요. 말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씨익 웃으며 그도 살아오면서 겪은 여러 해프닝과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지구의 여기저기 먼 곳을 헤매다 온 이 집 주인장의 이번 생의 역할은 고만고만한 일상에 지친 우리를 달래주는 ‘대나무 숲’ 같은 역할인지 모르겠습니다.

카페 안 여기저기엔 감포와 경주에서 그가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어 그의 정체성을 얼핏 내비칩니다. 그에게 사진찍는 일이란 그의 삶의 근간이자 구도(求道)에 다름없어 보입니다. 감포항 여러 골목길에서 만난 삶에 포커스를 두고 하찮고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대상에 골몰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그 대상들에서 진귀한 삶의 편린들을 건져올립니다.

직접 원두를 갈아 정성스레 내려준 드립커피도 더할나위없이 훌륭하지만 드립한 커피에 손수 거품을 낸 우유를 넣고 초코가루를 살짝 뿌려 내놓는 카푸치노 한 잔 드시고 싶은 날, 감포항을 찾아보세요. 경주 어디서도 맛볼수 없는 완벽한 100% 수제 공정을 거치는 카푸치노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는 ‘아르볼’이 있으니까요.

바람같은 그가 언제 또 훌쩍 감포를 떠나버릴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가 운영하는 ‘아르볼’이 오래도록 그곳에 있어주기를 바랄뿐입니다. 가을볕이 따가워지는 요즈음입니다. 감포를 찾을 또 하나의 이유, 이 카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그림=김호연 화백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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