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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과부터 해라!”
경주신문 기자 / 1458호입력 : 2020년 10월 08일(목)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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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철 교수
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의사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앞 다투어 비키니 사진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미국의 여성 의료인과 의대생들이 그 주인공인데, 자신이 수영복을 입고 찍은 셀카를 올리거나 아예 비키니 차림으로 진료를 보고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맹렬한 단체 행동은 미국 혈관외과저널 지(誌)에 실린 한 편의 연구 논문으로 촉발되었다. 대부분의 남성으로 구성된 이 학회에서 나온 논문에서 ‘(의료행위와 상관없는)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여 괜한 논란을 일으키는 행위 또는 부적절한 복장 등은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전문성과 비전문성(unprofessional)을 나누는 기준’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부적절한 복장으로는 속옷 사진이나 할로윈 의상, 비키니나 수영복을 입은 도발적인 포즈를 포함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학회 측은 논란의 논문을 즉시 철회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비키니 캠페인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던 의사 캔디스 마이어는 보트와 충돌해 심하게 다친 남성을 비키니 바람으로 살려낸 사진을 포스팅하여, 의사의 전문성은 입고 있는 옷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꼬집었다.

비키니 캠페인은 한마디로 남성 중심의 ‘보이지 않는 틀’에 대한 단호한 거부다. 관습(慣習)이라고 해도 좋고 불문율(不文律)이라고 해도 좋을, 그 보이지 않는 사회적 틀에 반기를 든 것이다.

생뚱맞지만 파맛 시리얼도 같은 맥락이다. 설렁탕 위에 얹어먹는, 그 파 맞다. 파가 들어간 시리얼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란다. 진한 초콜릿 맛으로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던 시리얼 회사가 2004년 12월 ‘첵* 초코 나라의 새 대통령을 뽑아주세요’ 하고 선거 콘셉트의 광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첵* 초코의 초콜릿 맛을 더욱 진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의 A후보자(회사가 미는), 그의 독주를 막으려 “요즘 나의 심기가 불편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첵* 초코에 파를 넣어버릴 거야” 얼굴도 험상궂고 공약마저 고약한 B후보자의 대립 구도로 아이들의 단단한 지지를 끌어보자는 의도였다.

재미있는 건, 웃자고 하는 상업 광고에 정색을 하고 덤벼든(!) 어른들이 판세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선거 결과는 7032표 대 33709표. 시리얼 회사의 정해진 시나리오에 대한 거부는 ‘파’맛 시리얼의 압도적인 승리로 이어졌다. 정작 주 소비층인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틀을 바꾸겠다는 철(?) 없는 삼촌들의 개입이 만든, 예측 불가의 창의적인 결과다. 그래서 파맛 시리얼은 먹을 만하냐고? 나름 먹을 만하다는 평가도 있겠지만 우리 집은 절대 아니다. 호기심에 끌려 사버린 파맛 시리얼을 버릴 순 없어 궁여지책으로 다른 시리얼 한 통을 더 샀다. 섞어 먹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틀을 깨는데 이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하나 보다.

뭐니 뭐니 해도 ‘보이지 않은 틀’로 울고 웃으며 화해하고 심지어 이혼까지 하는 전장(戰場)은 결혼 생활 아닐까 싶다. 각자 다른 틀 속에서 2~30년 살아오던 남녀(이 또한 결혼의 틀을 고착하는 실수가 아닌지)가 모여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또 다른 틀을 만들어 주고자, 어느 한 청년이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SNS에 떠다니는, 출처를 모르는 글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옮겨 본다.

아들)“아버지, 저 결혼할래요.” 아버지)“일단 사과부터 해라.”
아들)“예?” 아버지)“일단 사과부터 해라.”
아들)“도대체 왜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요?” 아버지)“일단 사과부터 해라.”
아들)“아니, 제가 뭘...?” 아버지)“일단 사과부터 해라.”
아들)“도대체 왜 그러시냐고요?” 아버지)“일단 사과부터 해라.”
아들)“이유라도 좀 알자고요, 왜 제가 사과를 해야 하는데요?” 아버지)“일단 사과부터 해라!”
아들)“좋아요, 좋아. 아버지 죄송합니다.”
아버지)“이제 결혼해도 되겠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과할 줄 알게 되었으니...”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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