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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철인가, 기레기 철인가?
경주신문 기자 / 1460호입력 : 2020년 10월 22일(목)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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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
코로나19의 확산, 기나긴 장마와 두 차례의 역대급 태풍을 이겨 낸 초목들도 잎 색깔을 바꾸기 시작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면 기러기가 날아온다. 가을을 알리는 새, 소식을 전해주는 새, 정의가 두터운 새, 사랑이 지극한 새로 우리들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새가 기러기다. 가을은 왔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기러기는 보기 어렵고 난데없이 기레기만 판치는 세상 같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요, 곡필아세(曲筆阿世)다. 70여명, 이 숫자는 현재 경주시청에 출입(등록)하는 언론사 기자의 수이다. 신문이나 방송, 잡지, 인터넷 같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언론’이라 하니 많을수록 좋다. 기러기처럼.

“추우면 북으로부터 남형양에 그치고 더우면 남으로부터 북안문(北雁門)에 돌아가니 신(信)이요, 날면 차례가 있어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니 예(禮)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절(節)이요,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자되 하나가 순찰을 돌고 낮이 되면 갈대를 머금어 주살(실을 매어서 쏘는 화살)을 피하니 지혜가 있기 때문에 예폐(禮幣:고마움의 뜻으로 보내는 물건)하는 데 쓴다”고 <규합총서>에 기러기를 평하고 있다. 그래서 기러기를 ‘신조(信鳥)’라고도 한다. 이 새는 암컷과 수컷이 의가 좋아서 혼례식에서 목안(木雁)을 전하는 풍습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혼인예식을 다른 이름으로 전안례(奠雁禮)라 하는 것도 이 까닭이다.

가을에 오고 봄에 돌아가는 철새이기에 기러기는 가을을 알리는 새인 동시에 소식을 전해주는 새이다. <춘향전>의 이별요(離別謠) 가운데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한양 성내 가거들랑 도령님께 이내소식 전해주오”라는 구절처럼 전령사로 여겼다. 고전소설 <적성의전>에서도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받는 전달 매개요, <달거리>라는 단가(短歌)에도 소식을 바라는 마음을 기러기에 기대고 있다. 소식을 전해 나르던 고마운 새가 바로 기러기였던 셈이다.

발음이 비슷한 기레기는 무엇일까?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이다. 허위 사실과 과장하여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한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곧 이슈가 되는 보도라면 전문성과 신뢰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고 있다. 기레기라는 말은 2010년대 초 우리나라 네티즌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인터넷 뉴스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4월, 미디어스가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기능을 비판하는 기사를 올리면서부터이다.

언론사의 유형은 방송(라디오,TV 등)과 신문, 잡지(정기간행물 등),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사업자의 인·허가 등록은 그 분야에 따라 달라서 정부의 해당 부처, 방송통신위원회와 시·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맡고 있다. 이런 언론사는 수많은 사회조직 중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소수의 공영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공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익을 쫓는다. 언론사는 시민의 알 권리를 위임받기에 표현의 자유 또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래서 시민의 알 권리를 대신하여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사이기에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언론사에서 발로 뛰며 취재를 하고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이 기자이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언론사는 듣도 보도 못한 상호까지 있는가 하면 그 수도 우리나라 인구 2000명 당 1명꼴이다. 금년 5월 청와대에 출입하는 내외신 언론사는 모두 181개사에 출입기자 수는 345명이었다.(내신 130개사 234명, 외신 51개사 111명) 이는 현 정부 들어 전 정부 때 보다 언론사는 27.5%, 기자는 16,9% 늘어난 것이다.

기자 천국인 오늘날 일부를 제외한 언론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각종 이권에 손을 댄다거나 고발성 기사를 빌미삼고 갖은 꼬투리로 강권하는 기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함량미달에다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기레기라는 말도 등장한 것이다. ‘기자 똥은 개도 안쳐다본다’는 말이 왜 생겨났을까.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를 퍼다 나르는 기자, 거만하게 윽박지르는 기자가 있는 한 기레기라는 말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주시 공무원들도 겉으로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기자들을 대하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상전 모시듯이 대접하며 시달리는 형편이다.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 :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의 기자가 그립다. 고마운 새, 기러기처럼 사회의 온기를 위해 고군분투 하는 기자도 무수히 많다. 경주는 그들로 하여 그나마 순기능하고 있지 않을까.
경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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