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풍광, 우리의 기억들(44)-월성 안, 오랜 느티나무… 그 아래서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든다
경주신문 기자 / 1465호 입력 : 2020년 11월 26일(목)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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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이곳은 경주 월성입니다. 지난 2014년 12월, 개토식 이래 활발하게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월성은 신라왕경복원사업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신라시대 왕들이 기거하던 곳이었지요. 월성에 가는 날은 늘 신바람이 납니다. 신라왕들을 알현하는 기분으로 월성을 둘러보며 곳곳에서 묻어나는 신라 중심지로서의 흔적을 상상해봅니다. 물론, 내부 건물지를 4구역(A-D지구)로 나누어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는 발굴현장이 대부분의 성역을 차지하고 있어 감흥에는 방해가 되긴 하지만요.
성 내, 아직은 가을색을 고스란히 지닌 느티나무는 휘영청 굽은 모습이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발굴 현장이 마주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있는 네 분의 어르신들은 인근 황남동에 사는 분들이라고 합니다. 자전거 한 대가 그들 옆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었는데 얼마나 정겨웠는지 모릅니다. 어르신들은 거의 매일 이곳에서 두 시간 가량 ‘놀다’ 가신다고 합니다.
“우리는 국민학교 동기들이지요. 월성에서 사람 구경도 하고 발굴 현장도 보다가 오후 네다섯 시 경에는 황남동으로 가서 막걸리 한 잔 하고 헤어져요. 하하”
어르신들의 삶의 애환을 어루만져주듯 의젓하고 품이 넓어 뵈는 느티나무는 언제까지나 이들의 쉼터로 남겠지요. 이 어르신들이 떠나고 난 뒤에도 누군가의 그늘로, 안식처로 말이죠.
발굴 현장을 조금 비껴난 월성 안 너른 곳에선 월성 야외사진전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전시를 보러 오랫만에 월성을 찾았죠. 전시를 훑어보고 발굴조사 현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월성의 둘레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성 아래선 성벽을 비롯해 성을 보호하는 시설인 해자 복원이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해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좁고 얕은 복원이겠지만 그래도 월성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는 한 방편이 될 터이니 그나마 반길만한 일이겠지요?
월성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성곽 오솔길에서 내려다보는 교촌마을 기와 처마들의 선과 해자를 복원하는 손길들도, 만추를 향해 치닫는 성 안 나무들이 ‘후두둑’ 떨궈내는 낙엽의 색채들도, 발굴현장에서 땀을 훔치는 인부들의 모습도요. 특히 가을의 월성은 유난히 매력적입니다.
우리도 월성을 찾아 내 마음 속 나무 한 그루, 혹은 마음에 드는 벤치 하나 정해서 쉬다 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 그림=김호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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