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향가로부터(下)
경주신문 기자 / 1466호 입력 : 2020년 12월 03일(목)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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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국제향가학회 회장 -저서 : 천년향가의 비밀 -논문 : 신라향가 창작법 제시와 만엽집의 의미 | 만엽을 신라향가 창작법으로 달구어 대면 일본인들의 해독과는 달리 황금물이 녹아나온다. 앞 칼럼에서 다룬 서기 736년 그 해 신라국에 온 사신단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달구어진 원석에서 금물이 녹아나오듯 문자들에서 몰랐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녹아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다.
<3578번가> 창고는 어울린다, 바닷가와. / 그대 마을의 강은 어울린다, 모래섬과. / 조우관(鳥羽冠)을 갖추어 썼다. / 그대들은 오래토록 기려질 것이다. / 바다물결이 좋지 않으니 (노 젓는) 노비들을 곱절로 늘려라.
조우관(鳥羽冠)은 삼국시대 한반도 국가들의 관리가 쓰던 관이다. 일본국의 대사가 신라로 출발하면서 조우관을 챙겼다. 바닷가와 창고가 어울리고, 강과 모래섬이 어울리듯, 신라 조우관이 신라대사와 어울린다고 하였다. 또한 길이길이 역사에 기려질 수 있도록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신라로 출발하면서 지은 만엽가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3587번가> 여러 날 오래 걸렸다, 신라국 국경이. / 너희들은 기려지리라. / 고집을 부려 너희들에게 베풀터이니 편안히 쉬라. / 나도 너희들과 함께 하려 한다.
천신만고 끝에 신라국 국경에 도착한 다음, 일행의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상함이 느껴진다. 일행과 함께 쉬겠다고 한다. 신라대사가 그렇게 한가한 자리였던가. 이 장면에서 신라가 일본 사신단의 입국을 막았다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눈길이 간다.
사신단에 대한 이야기로는 <속일본기>에 실린 내용들 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 일본 연구가들이 푼 만엽집 속에는 구체적 이야기가 없다. 찐빵에 앙꼬가 없다. 필자는 현재까지 사신단이 남긴 145장 중에서 일부의 작품만을 풀었다. 만엽집 4516여장의 작품을 random sampling해서 전체적 윤곽을 파악하려다 보니 사신단의 작품까지 손이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두 작품만 풀었을 뿐인데도 신라향가 창작법이 풀어낸 내용에서는 문 열린 새장에서 종달새 날아오르듯 구체성이 튀어 나왔다. 그 결과 필자가 푼 550여장의 작품 모두에서 일본인의 만엽가와 필자의 만엽가 사이에 큰 간격이 벌어지게 되었다. 전개될 미래를 예고한다. 생각지도 못한 만엽집이 있었다. 이 사실은 일본인들이 만엽집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만엽의 실체를 몰랐다는 게 어쩌면 축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알았다면 오남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사이에는 고대문자 해독과 관련해 불행했던 경험이 있다. 사례 중 하나가 광개토대왕비 문제다. 일본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광개토비는 국제적 위변조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진실을 대신해 주장이 넘쳐난다.
만엽집은 위변조 논란이 없을 공개된 문서다. 실체를 몰랐기에 위변조를 하려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위변조하기에는 너무 공개되어 버렸다. 4516장의 해독되지 않은 원사료가 21세기 우리에게 남아있게 된 것은 한일 두 민족과 고대 동북아인들을 위해 다행이다.
만엽은 고대 동북아 역사와 문화 속의 진실이 담겨 있는 황금광 원석이다. 신라향가 창작법이라는 해독법을 손에 쥐게 된 필자 포함 소수의 초기 연구자들은 선점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기회로 여겨 고대인들이 남긴 원석에 오물을 끼얹거나 문화적 테러를 가하면 안될 것이다. 탐욕의 품성은 향가와 만엽을 더럽히고 모욕할 것이다. 진리를 향한 욕심없는 품성만이 향가와 만엽을 왜곡하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서 밝혀지는 진리의 광휘가 한일 양국을 이어줄 미래의 힘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대학에 향가해독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만한 표어가 있다. 일제 강점기 남의 나라에 와 향가 전체를 풀어낸 소창진평(小倉眞平) 교수가 재직했던 대학이 경성제국대학이다. 경성제대의 후신이 서울대학교다. 서울대의 표어가 베리타스 럭스 메아(VERITAS LUX MEA)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뜻이다.
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Veritas vos liberabit)"는 바이블 구절(요한복음 8장)도 있다. 이는 연세 대학의 표어다. 둘 다 진리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양주동 박사님의 묘소 앞에서 신라향가 창작법으로 이어질 기연을 얻은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을 만엽의 동굴 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다고 다짐한다. 역사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려 한 광개토대왕비 해독 과정을 보고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다. 만엽집에는 고대 동북아인들의 모습이 생생히 들어 있었다.
그러나 전체의 모습은 필자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다. 향가와 만엽의 실체는 향가 25장, 만엽 4516장이 완독된 다음에야 드러날 것이다. 현 단계에서 향가와 만엽의 완독은 개인 연구자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만으로도 안되고, 일본인만으로도 되지 않을 일이다. 한일 양국의 집단지성이 풀어가야 할 과제로 생각한다. 일본으로부터 소아를 버린 고귀한 지성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만엽을 윤곽이나마 볼 수 있게 되니, 어떤 길로 갔어야 만엽의 정상에 오르는 지도 보였다. 만엽의 봉우리는 만엽만 보아서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만엽은 신라향가라는 진리의 등불을 치켜 들고 가야만 하는 곳에 있었다. 만엽으로 가는 길은 신라향가의 등불이 밝혀주어야 갈 수 있는 길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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